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수아즈 사강...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한 작가란 생각이 든다. 그녀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한 번도 편하고 쉽게 읽은 책이 없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스캔들 메이커로서 화려한 인생을 즐긴 작가지만 저자의 작품안에는 깊은 절망과 고독, 외로움이 물씬 묻어나 있어 읽을 때마다 그녀의 감정들이 느껴져 책을 놓고 난 후에도 자꾸만 그녀를 떠올리게 된다.

 

'마음의 푸른 상흔'은 저자가 기존의 발표한 책들과는 다른 형식의 에세이소설이란 다소 생소하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인물은 솔직히 요즘 시대로 말하면 백조, 백수다.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압도하는 뛰어난 외모를 무기로 프랑스로 넘어와 그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로베르 베시에게 경제력에 의지하여 지내는 스웨덴 베짱이 남매다.

 

베짱이 남매....  세바스티앵은 오빠, 장르소설을 즐겨 읽는 그의 누이 엘레오노르... 이들은 사강의 소설 '스웨덴의 성'에 나왔던 인물들로서 이 에세이소설을 통해 다시 화려하게 등장하며 남매의 이야기와 사강의 이야기가 교대로 전개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일푼으로 다른 나라에 오게 되면 당장 의지할 곳이 생겨도 자신들의 힘으로 독립하려고 노력할 것인데 남매는 로베르 베시의 호의를 너무나 당연하고 마땅히 그들이 누려야 할 특권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로베르 베시 역시 아름다운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에게 제공하는 모든 것을 기분 좋게 생각한다.

 

평온한 날들이 이어져 가고 있는 그들에게 성수자인 로베르 베시의 연인 브뤼노 라페가 엘레오노르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찾아온다. 동성애와 이성애를 동시에 즐기는 브뤼노 라페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향하는 선망의 눈길을 알기에 타인의 선망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즐기다 엘레오노르가 보이는 까칠한 모습에 더 몸 달아 한 것은 아닌가 싶다.

 

로베르 베시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3주 동안에 연인 브뤼토 라페의 태도는 물론이고 스웨덴 남매에게 흐르는 분위기가 변했음을 감지한다. 자신을 속이고 엘레오노르의 숙소를 향하는 연인의 모습에 로베르 베시가 느꼈을 배신감,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아니 그는 어쩌면 매일 현재와 같은 깊은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 삶에 버거움을 느꼈을 것이고 이런 삶이 이어진다는 것에 깊은 회의를 느껴 약을 먹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베르 베시로 인해 모든 것이 흔들리는 스웨덴 남매와 브뤼노 라페... 숨 막혀 하는 엘레오노르에게 날아 온 한 통의 전보..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는 스웨덴 남매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저자는 이야기는 나라면... 괜한 생각을 해본다. 

 

분량이 많지 않지만 소설 속 주인공의 등장하며 풀어낸 에세이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 남매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보는 면이 있었는데 소설 스웨덴의 성을 읽으면 주인공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그들이 가진 모습을 조금은 친절하게 바라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지독한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담담하게 풀어낸  '마음의 푸른 상흔' 지금 계절과 잘 맞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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