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의 죽는 날을 안다면 어떨까? 앞으로 나에게 남겨진 시간을 알았다는 것에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화를 내고 울분을 토해내게 될까? 아마 나도 그렇고 인생의 절반도 살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억울한 감정이 먼저 들 거 같다. 착하게만 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해코지를 하면서 악한 마음을 품었던 적이 없는데... 왜 나에게...
우편배달부로 일하는 주인공은 고양이 양배추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평소처럼 일을 하면서 감기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자 찾은 병원에서 길어야 6개월 짧으면 일주일 아니 당장 내일도 기약하지 못하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뇌종양 4기... 정말 죽음이 코앞에 와 있다는 생각에 슬픔이 파도처럼 가슴을 휩쓸고 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른 체 현관 앞에서 쓰러진 나.. 헌데 내 집에 나와 완전히 꼭닮은 토플갱어의 악마가 있다. 난데없이 나타난 악마는 그에게 거부하기 힘든 거래를 제안한다.
하루의 시간을 더 연장해주는 대신에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 중 하나를 앗아간다는.. 첫 번째는 요즘 사람들의 손에서 절대 놓지 못하고 사는 휴대폰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게임중독이 있는 것처럼 한시도 휴대폰을 곁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갑자기 휴대폰이 사라진다면 생각보다 심한 패닉 상태에 빠질 거 같다. 주인공은 하루를 더 살기 위해 기꺼이 휴대폰을 내놓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번의 전화를 쓰기로 한다. 휴대폰이 사라지기 전에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해 관계가 소홀해진 아버지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가 누른 번호는 번호도 저장되지 않은 오래전에 헤어진 옛여자친구다.
여자친구를 만나 자신과의 추억에 대해 듣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주인공을 참담하게 할 뿐이다. 너무나 시시하고 하찮은 이유로 그와 헤어진 것처럼 말하는 여자친구의 이야기에 화도 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휴대폰에 이어 영화가 사라지고 다음은 시간이다. 시간은 특히나 주인공과 어머니에게 있어 아버지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이것 또한 괜찮다. 고양이가 말을 건넨 그 날 자신에게 있어 가족인 고양이를 사라지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사이도 없이 고양이가 사라지고 다행히 고양이는 옛여자친구에게 가 있다. 여자친구에게 생각지도 못한 어머니의 편지를 받는다. 그 속에는 가족만을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 온 한 사람이 보이고, 자신의 하는 일과 가족 밖에 모르고 살았던 또 다른 사람이 보인다. 이들 가족에게는 첫 번째 고양이 양상추를 비롯하여 양배추 모두 가족과 같다.
사람이란 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나서야 그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살면서 그게 집착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 특히나 관계가 소홀한 아버지에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은 충분히 이해도 가고 빨리 화해의 손을 내밀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 당연한 진리인데 자꾸만 잊어버리고 생활하게 된다. 악마와의 거래는 우리가 생활속에서 만나는 유혹들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인간의 곁에 있어줄 뿐이야." -p187-
내가 과연 행복한가, 불행한가, 자기 자신은 잘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건 있다.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람은 얼마든지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192-
담담하게 자신의 풀어낸 이야기에 따스함이 느껴진다. 삶이 주는 가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 책이다. 당장 내일 죽을 것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나의 삶이 주는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 시간이었고 내 곁에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