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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ㅣ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카모메 식당'과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의 저자 무레 요코의 신작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앞선 전작 두 편을 아주 재밌기에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역시나 저자만의 색깔이 이번에도 여실히 담겨져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세상에난 이런 아내, 엄마를 가진 가족이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은 변화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남편, 자식에게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엄마, 아내... 항상 가족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더 많이 신경 쓰는 자신의 모습이 절대로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않는다. 엔지니어로 밤낮 없이 일하는 아버지가 과로로 사망하자 이 역시도 건강을 돌보지 못한 남편 탓이다. 자신은 낮에 생활하니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좋은 옷을 사 입어도 남편에게는 낡은 양복을 입히는 것을 당연스럽게 생각하는 여자... 나 같으면 한소리 했을 것 같은데 가족들은 묵묵히 받아들이고 산다.
대형 광고회사에서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으로 멋진 생활을 하는 마흔다섯 살의 독신여성 교코는 어느 날 우연히 TV 프로그램에 나온 미국 여성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자신 역시 그녀처럼 아껴 살면 충분히 남은 시간을 잘 견디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끼고 위해 낡은 연꽃 빌라에 입주한 교코... 주위로부터 관심을 덜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어느새 이웃들과 인사를 지내며 그들이 자신의 삶 속에 자신 역시 그들의 삶 속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말하는 멋쟁이 구마가이, 요릿집에서 일하는 청년 사이토 군, 남자가 수시로 바뀌는 직업이 여행가라는 의문의 여성 고나쓰 씨와 함께 살게 된 교쿄...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오래된 연꽃 빌라에서의 생활이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인해 심상치가 않다.
직장 여성으로서의 자세를 버렸다고 하지만 수시로 예전의 모습들이 교코의 생활에 발목을 잡는다.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던 딸이 말도 안 되는 모습으로 생활하는 것에 마음이 상한 엄마는 투덜거리며 아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교코는 상처를 받게 된다. 친구에게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지만 친구 역시도 결혼생활을 비롯해 그 나름의 고통을 감수하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과 얽히고 그로 인해 상처받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헌데 가장 든든한 내 편이라는 가족, 그것도 엄마에게 도움은커녕 불평만 듣는다면 나 역시도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 같다. 어머니의 잔소리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원하던 대로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한 번씩 고개를 드는 교코가 연꽃 빌라 사람들과 얽히면서 자신이 꿈꾸던 생활에 안정을 찾아간다.
솔직히 내가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라면 교코처럼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능력이 있지만 너무나 갈망하던 유유자적 싱글 라이프를 어린 조카를 통해서 확인 받고나서야 안심하는 모습에서 가족의 응원은 힘이 된다.
열심히 일한 당신 쉬라는 광고 카피가 한동안 유행했던 시절이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편하게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기도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휴가조차 마음대로 쓰기 힘들다. 삼십 여년을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저금을 해 놓았기에 과감히 사표를 낼 수 있는 교코의 모습은 많은 직장인들이 부러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인들의 최고의 꿈이 아마 로또 당첨이 아닐까 싶다. 로또만 당첨되면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자신이 꿈꾸는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돈벼락을 맞는 일은 로또 밖에 없기에 역시도 한 번씩 로또를 산다. 만약에 당첨이 되면 그럼 내가 꿈꾸는 일들을 이룰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해본다. 아니다. 헛된 꿈은 빨리 잊는 게 낫다. 그렇지만 교코와 같은 생활.. 한 번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된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소소하고 작은 것들이 행복임을.. 작지만 따뜻한 정이 흐르는 연꽃 빌라에서 행복을 발견해 가는 교코에게 힘내라는 응원을 보낸다. 요즘 너무 추웠는데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라 마음이 푸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