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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27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평점 :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명작으로 꼽히는 고전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스테디셀러란 이름에 걸맞게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찾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경우도 그러하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책을 비롯하여 내가 데미안을 읽은 것만 해도 세 번 이상은 되는 거 같다. 읽을 때의 느낌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학창시절에 그냥 고전이라 읽었을 때와는 달리 지금 읽은 데미안 그 느낌부터 조금 다르다.
호기를 부려 보고 싶은 때가 있다.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더 괜한 객기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 집안에 흐르는 따뜻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좋지만 어둡고 낯선 금지된 세상에 대한 동경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어린 소년 에밀 싱클레어는 ... 고작 열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또래 남자아이들에게는 힘을 가진 아이에 대한 두려움 마음과 동경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에밀 싱클레어 역시 어른들의 눈에 볼 때는 별거 없는 괜한 영웅놀이와 시기심에 자신이 하지도 않은 도둑질에 대한 이야기를 떠벌인다. 자신의 입을 통한 나온 거짓 이야기에 스스로 도취되어 있던 기분도 잠시 어른 흉내를 내며 아이들에게 물건을 갈취하는 소년 프란츠 크로머의 덫에 빠지고 만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이미 늦어버린 일... 크로머가 요구하는 돈을 주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간 자신을 후회해 보았자 소용이 없다. 그의 말에 복종하며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던 그 때 라틴어 학교에서 막스 데미안이 전학 온다. 데미안은 평범한 학생들과는 완전히 다른 눈빛을 가진 소년이다. 데미안이 들려주는 카인 이야기는 싱클레어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데미안의 도움으로 크로머로부터의 시달림에서 벗어난다. 데미안이 여행을 떠난 사이 싱클레어는 전학을 가게 된다. 온전히 혼자만이 버텨내야 하는 기숙학교의 생활은 외로움이 컸던 만큼 데미안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간다. 술과 친해지면서 점차 방탕한 생활 속으로 빠져드는 데미안 어느 화창한 봄날 소년 같은 느낌을 주는 늘씬한 소녀를 보게 되고 소녀에게 '베아트리체'란 이름을 붙인다. 베아트리체를 숭배하는 삶이 싱클레어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그녀를 그리기에 이른다. 헌데 막상 베아트리체를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그린 그림 속 인물은 데미안이다. 데미아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p128-
책 속에 있는 문장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데미안도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알을 깨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처절하게 방황하고 고독하며 힘든 성장통을 겪는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만났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살면서 데미안과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싱클레어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데미안과 재회하게 된다. 자신에게 있어 운명의 여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막스 데미안의 엄마 에바부인과도 만난다.
전쟁 중 야전 병원에서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다시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 '네 안에 귀를 기울여 봐. 네가 네 안에 있는 것을 알게 될 거야.'란 말을 해준 데미안을 떠올린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마음 깊숙이 간직한 채 자신만의 길을 간다.
인생을 살면서 편하고 좋은 길만 나타나지 않는다. 어려운 길이 나타나면 피하고 비껴가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허나 그 길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 또한 필요하다.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면 기꺼이 손을 내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싱클레어가 크로머의 요구에 맞서 아버지에게 자신의 잘못을 말했다면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히는 힘든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싱클레어는 항상 카인과 아벨처럼 선과 악, 빛과 어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경향이 짙다. 살다보니 세상에는 명확하게 구분지어 지는 일도 있지만 명확하지 않은 일들도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에 나를 맞추고 규정짓기 보다는 자신의 자아를 찾아 신념을 갖고 행동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데미안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 기회가 되었다. 몇 년 후에 다시 읽으면 그 때는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