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여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일상의 모습들이 공감이 팍팍 오는 마스다 마리의 '여자라는 생물'... 짧은 글과 만화가 담겨 있어 읽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난 후 자꾸만 내 삶, 여자로서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책을 펼치면 처음에 나오는 글과 그림이다. 저자가 너무나 시크하게 말하고 있어 맞아 하면서 웃음 짓게 했던 장면으로... 참 이상하다. 왜 남자들의 우정은 값어치 있게 취급하면서 여자들의 우정은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지... 여자에게도 우정이 있지만 우정의 값어치를 여자 스스로 너무 낮게 보는 것은 아닌지... 나의 우정 깊이를 돌아보게 된다.

 

모든 것은 선택이다. 자식이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것이 인생이다. 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도 모두가 똑같은 대처를 하지 않는다. 저자가 막 서른을 넘겼을 때 만나 이야기를 나눈 두 명의 여성이야기는 그래서 더 공감이 된다.

 

"자식이 없는 인생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   -p27-

"인생에서 아무것도 후회하는 것 없는데, 그래도 있죠. 자식만큼은 낳았더라면 좋았을 걸 싶더라고."   -p28-

 

나 역시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기르고 있지만 때로는 허덕이는 사교육비와 자식이 결혼을 한다면 발생할 추가비용을 생각할 때 우리 부부만 살았다면 좀 더 여유 있고 좋아하는 여행도 마음껏 하면서 생활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자식이 무척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다시 뱃속으로 넣고 싶은 때가 있기에...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이지 않았기에 다른 쪽 삶을 부러워할 수 있고 후회도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자식이 없는 내 모습, 우리 가족을 떠올리면 그림이 맞지 않고 허전하다. 힘들고 짜증나는 순간도 맞지만 그만큼 살면서 많은 기쁨을 주는 것도 자식이기에 자식 낳는 것이 좋다.

 

나이가 목에 나타나는 사람도 있고, 손등인 사람도 있다. 눈가, 팔자 주름, 피부의 탄력 등등, 체크포인트는 많고 많다. 나는 눈가 주름이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 탓인지 친구의 누가 주름에 시선이 가서 '늙기 시작했구나' 생각할 때가 있지만, 그녀들은 그녀들 나름대로 내 관자놀이 언저리의 기미를 보고 "아아" 하고 한숨을 쉴지도 모른다.   -p127-

 

여자라면 이 이야기에 누구나 공감이 되고 맞아 맞아 박수를 칠지도 모른다.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결혼 초기에는 신랑자랑이 가장 많았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지금은 아이 성적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눈에 나이들어 보여 성형이야기도 할 때가 있다. 여자라는 생물이 참 오묘한데 학창시절 별로 예쁘지 않은 친구가 한 순간 너무 예뻐지면 칭찬도 하지만 시기어린 질투 섞인 말도 한다. 요즘이야 성형을 해도 당당할 수 있는 시대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성형을 대놓고 들어내지 않았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들끼리 성형계라고 하자는 말을 할 정도로 나이든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싶어 하는 마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더 젊고 땡땡하게 나이 들고 싶은 여자의 마음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변화지 않을 것이다. 

 

 

여자들 스스로 가슴 사이즈에 예민한 것은 시대가 가져 온 현상도 있지만 옷을 입으면 여자란 티가 나고 예쁘다. 스스로 만족한 만화를 보면서 나도 저런 행동 종종 했었는데 생각이 나서 빵 터지며 웃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과 만화를 보며 맞장구를 치며 공감하면서 읽었다. 내가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여자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여자라는 생물로 살아갈 내가 좋다. 벌써 한 해가 다 저물어 가고 있고 곧 또 한 살을 먹는다는 것이 조금 마음이 아프지만 저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한 "몇 살이 되어도 여자이고 싶다."는 글처럼 나 역시도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여자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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