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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
페테르 우스펜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4년 10월
평점 :
후회되는 일이 생길 때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시간여행을 한번쯤 꿈꾸어 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황당하지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다시 살아보고 시간대가 있다. 내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과거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난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여 지금과 다른 전문 직종에서 일하는 커리어우먼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있기에 학창시절로 돌아가 보고 싶은 말도 안 되는 꿈을 꾼 적도 있다.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살 수 있기에 현재 내가 가진 기억을 가지고 떠나는 시간여행... 러시아의 신비주의 작가 페테르 우스펜스키의 우화 소설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이 내가 생각하던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다가 온 책이다.
1902년 4월 모스크바 쿠르스크 역에서 남녀가 이별을 하고 있다. 너무나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와는 대조적인 두 사람을 둘러싼 분위기는 우울하다. 남자는 오소킨으로 친구의 여동생 지나이더를 사랑하지만 그녀와 이별을 고하고 있다. 그녀 역시도 오소킨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무한정 그를 기다리지 않는다며 단 2개월의 시간만을 통보한다. 그녀와 헤어지고 두 달이 흐르자 오소킨은 애타게 그녀의 편지를 기다리지만 아무 연락이 없다. 오히려 그녀의 소식을 알려고 나간 길에 친구이자 사랑하는 지나이더의 오빠를 만나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가 곧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다.
깊은 실의에 빠진 오소킨은 평소 알고 지내던 마법사를 찾아가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며 신세한탄을 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살 수 있다고 자신하는 오소킨... 허나 마법사는 아무리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변화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모든 것은 바뀌지 않고 똑같은 인생이 반복될 뿐이라며 그에게 말한다.
순간 이동을 한 오소킨 허나 그는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기억은 점차 희미해져 간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예전과 같은 결과만을 만들어내는 실수를 반복하며 또 다시 마법사를 그 모습 그대로 찾아간다.
인생이란 게 결국에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미래를 바꾸려면 현재 내가 가진 모습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허나 사람들이 가진 품성, 기질은 쉽게 변화지 않는다. 같은 실수를 할 것을 너무나 뻔히 알면서도 교장선생님을 화나게 만들어 학교에서 쫓겨나고, 자신에게 친절한 친척의 호의를 눈 먼 욕망으로 인해 망가뜨리고, 그나마 가진 돈은 놀음으로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싶지 않다면 그녀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할 방법을 모색하기 보다는 편하고 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처량한 모습을 마법사에게 한탄하며 시간을 돌리고 싶어 하는 오소킨의 모습에서 어쩌면 우리의 아니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대입을 두고 극심하게 받았던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고 공부에 매진할지 나 자신조차 장담할 수 없다. 인생이란 것은 과거를 바꿀 수 없기에 현재의 변화를 통해 미래를 바꾸어야 한다. 늘 알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까먹거나 외면하는 진실이 결국 정답이다.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은 나 역시도 인상 깊게 보았던 앤디 맥도웰의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해진 영화 스토리를 떠올리며 다시 이 영화를 찾아서 보고 싶어진다. 지난 시간을 떠올려 행복한 기억도 있지만 잊고 싶은 시간도 많을 것이다. 너무나 고통스런 인생을 잊어버리고자 어둠의 지배자와 거래를 한 루디 레볼빈이라는 남자도 또 다시 힘들고 고통스런 삶이 반복될 거란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같은 사람은 같은 실수를 하며 어처구니없게도 또다시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인생을 반복하고 말았다는 옮긴이의 글에 담겨진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방법은 단 하나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