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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평점 :
시간을 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의 주인공 열여섯 살의 강태산의 심정이 딱 그러하다. 아버지가 살아계신 그 순간... 아니 아버지와 함께 죽지 못한 그 순간으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지만 현실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 세월호 사건... 일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희미해져가고 잠수부들 역시 전부 철수한다는 뉴스를 바로 얼마 전에 본 기억이 있다. 아직도 찾지 못한 어린 학생들의 시신... 자식을 먼저 보내고 가슴에 묻은 부모님의 심정이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결코 희미해지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은 남은 가족에는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주고 고통스럽다. 강태산의 경우도 그러하다. 아버지가 57세란 다소 늦은 나이에 태산이 태어난다. 5살 어린 어머니는 태산이 겨우 8살이 된 60살 봄에 세상을 떠난다. 일가친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아버지와 태산... 둘 밖에 없기에 두 사람의 부자 관계는 더 끈끈했을 것이다.
태산이 열여섯 살 어느 날 쌀집을 운영하며 누구보다 건강한 신체를 자랑하시던 아버지가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신다. 선생님으로부터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 들었지만 태산은 믿어지지가 않는다. 혼자 남은 태산을 위해 열심히 도와주시는 떡집 아저씨, 아줌마... 헌데 오촌이라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분이 나타나자 분위기가 사뭇 험악해져만 간다.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 유언장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찾던 떡집 아저씨로 인해 처음 보는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태산은 사진 속 미용실을 직접 찾아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물어물어 사진 속 미용실을 찾았지만 주인 미용사는 아버지를 전혀 모르는 듯... 헌데 벽에 걸린 십자수는 분명...
인간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나보다. 남보다 못한 오촌은 태산의 후견인이 되고 싶어하고 가족처럼 느낀 떡집 아저씨 내외는 태산을 양자로 들이고 싶어 한다. 이들의 목적이 돈이란 것이 분명하게 보여 마음이 혼란스럽고 화가 난다.
태산은 선생님의 권유로 캠프에 참여했다가 미용을 즐기는 변호사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변호사 아저씨의 이야기는 분명 자신이 갔던 해리 미용실 주인아저씨의 이야기다.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히 하고 싶은 태산... 잊고 지냈던 과거의 시간 속에 아버지가 한 말이 생각난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담고 있어 가볍게만 읽을 수 없는 책이다. 충분히 스토리가 가진 재미가 있지만 마지막은 열린 상태로 끝이나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