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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더글러스 케네디의 신작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이 나왔다. 등을 돌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남자와 입을 막으며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여인이 마치 무대 세트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표지가 인상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는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며 평온한 노후를 생각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 한나 래덤은 여태껏 살아 온 인생 전부가 흔들리는 사건과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으로 당당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던 스물다섯 살의 딸 리지가 유부남 피부과 의사에게 이별을 통보 받으며 극심한 우울증과 집착으로 보이며 힘든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딸을 향한 걱정이 온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와중에 오랜 절친으로부터 온 연락을 통해 예전에 자신의 집에 아주 잠시 머무른 한 남자가 출판하게 된 책의 내용이 왜곡되어 출간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나오면 자신의 인생은 물론이고 가족들이 받을 상처가 너무나 크기에 될 수 있으면 세상에 들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녀의 바램은 허망하게 된다.
스토리가 3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진행된다. 자신이 가진 정치적 색깔을 너무나 들어내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학 교수인 아버지와 거물급 예술가와 친분이 두터운 유명한 화기인 어머니를 두고 있는 한나는 집안에 흐르는 분위기가 너무나 싫다. 이런 이유로 결혼 자체를 생각지도 않았는데 아버지와 정반대의 의대생 댄을 만나 조금 이른 나이에 결혼을 감행한다.
자신은 부모님과 다른 결혼 생활을 이어갈 것이란 마음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남편 댄을 따라 조용한 메인 주의 조용한 시골마을 펠험에 짐을 풀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시골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나는 출산 후 우울증과 육아로 인해 엄청난 심적 고통을 겪지만 항상 바쁜 남편, 멀리 떨어진 부모님, 친한 베프에게 도움을 요청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세상에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많은 여성들이 출산 후 우울증과 육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이겨내려고 애를 쓴다. 한나 역시 자신의 생활권에서 최대한 노력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의 부탁으로 자신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 한 남자로 인해 인생이 커다란 시험대에 놓인다.
많은 사람을 가르치는 교수지만 제자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딸 한나를 위험에 빠트린다. 한나는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결국 FBI에 쫓기는 남자를 태우고 캐나다 국경까지 데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지금은 아들의 안전을 위해 못할 게 없다.
지금과 다른 여성상을 원했던 시기에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는 한나의 모습을 보면서 함부로 욕하지 못하겠다. 분명 단 한 번이라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다. 허나 그런 상황으로 내몰린 그녀를 둘러싼 환경에도 절반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이를 잊고 젊은 여성들에게 여전히 매력을 발산하면서 프리하게 삶을 사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이런 모습에 마음속에 불안, 상처, 외로움 등을 간직하며 극도로 예민한 상황으로 자신을 몰고 가는 어머니, 댄의 모습에서 우리 아버지, 조금 선배뻘의 남편들의 모습이 들어있다. 자신의 성공이 곧 가족들에게 경제적 안정과 행복을 어느 정도 줄 수 있어 일에 매달리는... 더불어 펠험 지역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배타적인 시골마을 사람들이 모습이 현대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 씁쓸해진다.
역시나 더글라스 케네디란 느낌을 받았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속에는 우리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어 불편하면서도 공감할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어느새 부터인가 기혼자들조차 애인이 없으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에 적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다른 사람의 작은 잘못에 커다란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에게 한나의 삶에 돌을 던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