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율도국

혁명, 율도국 - 광해와 허균, 홍길동과 대마도
신용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0월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 누구나가 꿈꾸는 나라지만 지금도 어려운데 끊임없이 당파싸움으로 얼룩진 조선시대야 더 힘들었을 것이다. 대마도에 세우려 했던 율도국은 홍길동전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허균이 광해군을 도와 만들려고 했던 나라의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역사 속 조선시대 인물 중 좀 더 오래도록 왕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생각하는 인물이 광해군과 정조임금이다. 광해군의 경우 재평가 되고 있어 다행이다 싶지만 그가 인조반정으로 권좌에서 쫓겨나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펼치려고 했던 정책들이 이룩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부질없는 생각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만큼 안타까운 인물이다.

허균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무리들로 인해 또 다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임금 광해군과 단 둘이 앉아 있다. 광해군은 허균이 쓴 홍길동전을 이야기하며 그가 책 속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상의 나라에 대해 듣는다. 왕의 입장에서 볼 때 분명 허균이 말한 이야기에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지만 광해군은 그가 말하려는 의도를 안다. 오히려 그가 말한 이상의 나라 율도국을 대마도에 만들려는 계획을 세운다.

예나지금이나 권력을 지키려는 자들은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알고 보면 자신들을 먼저 생각한다. 광해군이 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임진왜란으로 배고프고 어려운 시절에 가뭄까지 겹쳐 인심은 흉흉하기 이룰 데 없다. 암행을 감행하여 백성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광해군은 참 많은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허균은 자신의 가장 친한 벗들을 찾아 광해군과 꿈꾼 율도국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오해할 수 있는 언질을 주었던 것이 화근이 된다. 그들이 결코 배신하지 않을 거란 것을 알지만 더 큰 뜻을 이루어내기 위해 이이첨이 노리는 수대로 허균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아끼는 벗을 한 순간에 다섯이나 잃어버린 허균의 마음은 아내, 첩, 기방에서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인까지 있으면서도 허함을 느낀다. 벗들을 잃어버리면서까지 지켜내고자 했던 율도국을 세우려는 광해군과 허균의 노력은 허사가 된다. 자신들의 가진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자들에게 속을 보이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몸에 밴 행동, 말투, 표정에서 이상함을 느낀 자들은 허균, 광해군을 주시하며 꼬투리를 만들고 결국에는...

홍길동전을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지만 혁명이 성공하고 대마도에 율도국이 세워졌다면 조선은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광해군, 허균과 함께 뜻을 세운 모든 이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안타깝다. 뜻을 세우고 이루려고 했던 인물이 있었던 시대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하게 된다. 광해군, 허균 같은 인물이 지금 시대에도 나타나길 바라며 역사 속 인물과 함께 우리 현실을 들여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