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 꽃 저승 나비 - 상
이청은 지음 / 아롬미디어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만나야 할 사람은 기어이 만난다고 한다. 질긴 운명으로 얽힌 두 사람은 피하고 싶어도 결국에는 만나고야 만다. 냉궁마마로 처음 알게 된  이청은 작가의 신작 '이승 꽃 저승 나비'는 200년이란 시간을 넘어 현대에 이르러서야 사랑을 이룬 남녀의 이야기다.

 

꿈이라고 믿고 싶은 일이 일어났다. 분명 사극 세트장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중년의 아주머니가 나를 그냥 관통해 저 멀리 사라진다. 이런...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지만 현실처럼 생생한 기억이 '연'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얼굴 생김새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환'이란 이름만은 생생히 남아있는데... 환... 조선의 24대 임금 헌종의 이름이 환이다. 네 명의 부인을 두었지만 단 한 명 후궁 김씨만을 사랑한 남자다. 그가 왜 나를...

 

현실에서 10년 동안 자신만을 좋아해주는 남자가 있다. 일방적인 감정으로 자신에게 잘해주는 남자가 전혀 좋아지지 않는 연... 그가 싫다기보다 그의 한 쪽 얼굴을 덮고 있는 흉터가 불편하다. 연은 요상한 꿈으로 인해  창덕궁 낙선재를 찾게 되고 낙성재에서 갑자기 몸이 이상한 반응을 보이며 자신을 애타게 찾는 이환이란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조선시대로 간 연은 유령으로 떠돌며 기방에서 낯익은 남자를 보게 된다. 헌데 그 역시 임금님이 찾는 남자가 바로 자신이라며 연과 너무나 똑같이 생긴 선비가 한 말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도대체 그는 누구이며 나랑 같은 얼굴의 선비는 내 전생이란 말인가?

 

'임금인 이환, 거문고를 메고 다니는 윤랑이라 불리는 윤이환, 그리고 나를 십 년을 하루같이 따라다니는 녀석, 경이환........, 뭐야? 이런 우연도 있을 수 있나? 이 세 남자,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왜 이 자리에서 저들의 상황을 보게 되는 것일까?'            -p71-

 

중전은 물론이고 임금이 난생처음 마음으로 품은 여인 김연을 빼닮아 궁궐에 기거하게 한 연 반월, 윤랑까지 전부 이름도 모르는 선비를 살리려고 한다. 허나 임금의 노여움만 더 커질 뿐이다. 선비의 상태를 걱정한 윤랑이 임금에게 거래를 제안하는데... 헌데 내 영혼이 남자인 선비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선비는 남장여자다. 그것도 임금님이 너무나 보고 싶어 하는 김연 규수다. 나와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하게 똑같다. 그녀의 몸에 내가 존재하며 3년이란 시간동안 임금 이환으로 인해 상사병을 앓은 그녀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다른 남자가 들어오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임금 이환이 아니다. 허나 김연 규수의 마음은 오직 임금 이환을 향해 열려 있다. 술의 들어가면 내 영혼이 사라지고 온전히 김연 규슈만이 남게 된다.

 

하나의 육체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영혼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로맨스 소설로 순조의 손자인 헌종이 조선시대 가장 잘 생긴 왕이란 이름에 맞지 않게 단 한 명의 여인만을 사랑한다는 순애보적 이야기는 분명 여성 독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연을 둘러싼 인물들은 물론이고 당시의 시대상황도 곳곳에 잘 들어나 있다. 대왕대비 순원왕후이 수렴청정과 무수히 많은 천주교 신자 학살,  천주교 신자들을 찾아내려는  방법, 힘없는 백성들이 당하는 억울한 이야기가 로맨스 소설이지만 책 속에 잘 묻어나 있다.

 

시대에 따라 미남, 미녀의 모습도 다를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분명 빼어난 미색을 갖춘 여인으로 임금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지만 21세기 현실에서는 그냥저냥 보통 정도 되는 여자 얼굴이다. 누구 한 말이 기억나는데... 뺑덕어미나 팥쥐의 얼굴이 지금의 미인형이라고...

 

헌종 임금이 스물세 살이란 너무나 짧은 생을 살았다. 미인박명이란 말과 같은 뜻의 홍안다박명으로 이야기한 부분을 통해 남자나 여자나 너무 빼어난 사람은 명줄이 길지 않았다니... 그래서인지 잘 생긴 왕이라고 불린 헌종 임금의 생이 너무나 짧다. 책에는 쌍둥이자매 연 반월로 인해 김연은 힘든 상황에 몰리게 된다. 아니 그녀의 영속에 들어 있는 나의 마음이 향한 남자에게 어려움이 닥이게 된다. 200년을 이어 연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지... 로맨스 소설이 주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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