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학 수업 -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죽을 날짜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예전에 읽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꼭 질병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건 사고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게 된다. 당장 며칠 전에 갑자기 우리의 곁을 떠난 故신해철씨만 해도 그렇게 빨리 대중들 앞에서 사라질지 누구도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죽음이다. 나는 아직은 직접적으로 죽음을 경험해 본 것은 암에 걸린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이 전부다. 친한 친구였지만 결혼하고 자연스럽게 소식이 뜸해진 사이에 죽었기에 그 소식을 죽음지 한 달 정도 흐른 후에 알게 되었다. 다시는 친구를 볼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좀 더 자주 연락하고 만나지 못한 것에 나를 자책했던 시간도 있었다.

 

킨 대학교의 죽음학 수업은 대기자가 3년이나 기다려서 들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수업이다. 도대체 어떤 수업이기에 3년이나... 우리처럼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민족에게 3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서 들을 참을성이 있을까 싶은데 책을 읽다보니 왜 죽음학 수업이 이토록 인기가 있는지,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려 들을 가치가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 에리카 하야사키는 자신이 직접 노마 보위 교수의 죽음학 수업에 참여한다. 적극적인 방식과 함께 죽음학 수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찰 방식을 동시에 취하면서 죽음학 수업이 가진 긍정적 효과를 체험하게 된다. 수업에 담겨진 사연 속 인물들은 노마 교수의 수업을 통해서 죽음을 조금은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노마 교수의 죽음학 수업은 남다르다. 죽음과 맞닥트린 장소를 방문하여 죽음을 직접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수업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가는 이야기는 감동마저 준다. 조나단과 케이틀린 사연도 인상적이었지만 이스라엘이란 나라 이름과 같은 남학생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과거를 떳떳하게 밝히기 어려운 사연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이스라엘 역시 그러하다. 노마 교수의 '긴 안목으로 보는 죽음' 수업을 들으며 그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싸움을 잘 하는 소년으로 성장해버린 이스라엘... 갱단에 들어가고 라이벌 갱단과 싸움도 한다. 헌데 갱단 두목이 잡혀가면서 두목의 허락 하에 갱단을 나올 수 있게 된다.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학교를 떠나는 대신에 SAT점수나 내신이 안 좋아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킨 대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이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의미가 있었겠지만 이스라엘에게 남자교도소 방문은 그의 잘못된 한 순간의 선택이 불러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리 써보는 유언장이 한 동안 유행했던 적도 있었고 지금도 어디서 하는 프로그램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자신이 죽는다는 가정 하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하고 관 속에 들어가 직접 죽음을 미리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을 TV이를 통해 본 기억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당장 눈 앞에 먹고살기에 바빠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가족, 친구, 지인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다.  사람이란 게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만 살면서 자꾸만 눈앞에 이익만을 쫓고 남보다 더 잘 먹고 좋은 차, 좋은 집에서 살기위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을 할 때가 많다.

 

아직은 나름 젊다는 생각에 죽음에 대해 생각을 깊이 해보지는 않았다. 죽음은 순서가 없다는 말이 있다. 당장 내일 죽지는 않겠지만 하루가 가진 소중함은 늘 마음에 새기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 죽음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며 나는 어떤 죽음을 맞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된다. 좋은 죽음은 어렵겠지만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작은 바램을 가져보며 죽음이 내 곁에 결코 멀지 떨어져 있지 않기에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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