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줘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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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꾼다. 나 역시도 책, 영화, 드라마 속의 연인들처럼 운명적 사랑에 빠질 거란 환상을 품었던 적도 있었다. 어렸기에 이상하게 눈물 나게 비극적인 여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현실 속에서는 해피엔딩을 원했다. 

 

내가 지금 안고 있는 여자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구속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삼십대 중반의 남자 박해인의 생각이다. 그녀의 익숙한 떠남이 이번에는 다르다. 영영 그녀가 그의 곁을 떠난 것은 아닌지 그는 불안하다.

 

교환교수로 미국으로 떠나는 아버지를 따라 온 가족이 따라간다. 해인의 부모님은 무늬만 부부로 살고 있다. 매력적인 엄마 역시 학교에서 인정받지만 엄마는 아버지의 곁에 있기로 결정하고 따라나선 미국행... 호기심 어린 학생들의 반응 속에 미술실로 향하는 해인은 같은 동양인 소녀 안나를 알게 된다. 사춘기 열정 속에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해인과 안나... 예상보다 빠른 해인의 엄마의 귀가는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음은 안 그런데 본의 아니게 사랑하는 가족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일은 흔하다. 해인, 안나의 부모님들 역시 그러하다. 처음 단추를 잘못 끼운 안나의 엄마는 안나의 깊은 상처를 알지만 외면할 수밖에 없다. 해인의 엄마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가진 이미지로 인해 가장 공부에 매달려야 할 고3 시절을 망치고 만다. 돌이킬 수 있으면 돌이키고 싶은 시간이지만 어쩔 수 없다. 붙잡고 싶은 남편과의 관계가 해인의 동생을 잃어버리며 극에 달하고 그녀는 그 상처를 다른 곳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스토리는 해인, 안나와 그들의 엄마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자식이 바라보는 엄마, 아내가 아닌 현재의 시간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녀들의 아픔이 이해가 된다.

 

우연히 만난 해인과 안나..  그 옛날 서로에게 가진 감정들을 그들은 보듬어 안는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야 하지만 과거 속 그들은 서로를 간절히 원했기에 잊을 수 없었다. 미래는 모른다. 현재 그들의 사랑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들... 불안정한 시간 속 그들은 처절하도록 아프고 순수했기에 서로의 존재를 잊지 못했다.

 

누구나 잊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한창 첫사랑 찾는 붐이 일었을 때 첫사랑을 만난 사람들은 차라리 만나지 말 것을 대부분 후회한다. 나 역시도 내 첫사랑은 추억 속 그 이미지대로 남겨두고 싶다. 같은 시간의 추억을 공유할 존재가 있다는 것이 고맙게 여기며 묻어둔다. 서로의 존재에 힘겹고 아팠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살아갈 수 있었전 가족, 사랑하는 이성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게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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