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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뺑덕
백가흠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0월
평점 :
고전을 재해석되어진 작품들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즐겁게 읽는 독자다. 또 한편의 전래동화가 재해석되어 만들어진 작품이 있다고해서 관심이 갔다. 심청전은 효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전래동화다. 우리나라 대표 미남배우로 많은 여성팬은 물론이고 남성들이 좋아하는 정우성이 최초로 선보인 파격적인 정사신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심청전을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해서 관심이 갔다. '마담 뺑덕'... 영화는 아직 못 보았지만 원작소설은 어떨지 궁금증을 안고 읽었다.
솔직히 이 책에 대한 첫 느낌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었을 때랑 별반 다르지 않다. 책 속에서도 덕이는 물론이고 학규까지 롤리타에 대한 애정을 들어냈는데... 고전으로 인정받는 롤리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인지 그다지 작품성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기 어려운데 마담 뺑덕을 읽으면서도 비슷하게 느꼈다.
심청전이 눈 먼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효를 보여주었다면 마담 뺑덕에서의 청이는 조연급으로 나온다는 느낌을 준다. 오히려 심학규와 끈끈한 정을 통하는 뺑덕 어미와 그녀의 딸이 더 비중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덕이가 소설을 좋아하고 소설가에 대한 환상 같은 마음을 품은 데다 어머니의 남자였지만 자신에게 첫남자인 심학규에 대한 지독하리 만큼 뜨거운 사랑, 욕망, 집착을 만날 수 있다.
심학규는 십오 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지방 소도시 S읍을 찾는다. 자신의 인생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을 보낸 곳에서 학규는 세월의 흔적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옛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조교와 대놓고 욕망을 충족시킨 일이 불거져 학교를 떠나게 된 그는 도망치듯 S읍으로 내려오며 군립도서관에서 6개월 단발로 가르치게 된다. S읍으로 내려와 처음 들어간 다방에서 네 살 많은 마담 뺑덕을 만나고 그녀의 딸 덕이를 보게 된다.
오랜 시간 아픈 남편으로 인해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마담 뺑덕과 아버지를 병간호하느라 공부도 포기하고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녀의 딸 덕이... 이 두 사람의 모습과 비교되는 심학규의 집은 예쁘지도 않은데다 성격도 순한 편이 아닌 아내와 매일 삐거덕 거린다. 부부의 모습이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나 싶은데 사실 따지고 보면 심학규가 어린 여성에 대한 욕망 때문에 틀어진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아내는 이혼하고 딸 청이를 혼자 키우다 남편이 제대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국으로 떠난다며 학규에게 청이를 맡기지만 학규는 청이를 제대로 키울 능력이 처음부터 부족한 남자다. 엄마, 아빠가 해야 할 일을 덕이가 대신한다. 덕이로 인해 가족이 주는 따스함을 처음으로 알게 된 청이는 더욱 덕이에게 매달리게 되고 그녀와 아빠 학규가 서로의 욕망을 분출할 때도 모른 척 지나치며 덕이를 잃고 싶지 않는 면을 보인다.
학규의 모든 것이 좋은 덕이의 집요한 집착이 학규는 점차 부담스러워진다. 그는 다시 서울로 돌아갈 기회가 생기자 과감히 모든 것을 단숨에 끊고 떠나버린다. 학규를 믿었기에 그를 기다리는 덕이는 생명의 위험 속에 놓이는 상황이 되고 복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버리기로 한다.
여자의 복수는 무섭다고 한다. 맞다. 덕이의 복수는 끝을 알고 시작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이란 게 처음 생각과는 달리 흔들리는 순간이 오게 된다. 덕이만을 바라보는 남자는 덕이 변화를 용서할 수 없다. 청이 역시 세상을 너무나 쉽게 생각했다. 나이든 사람의 눈에 뻔히 보이는 속임수지만 예쁜 마음이 있기에 모른 체 한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결과는 참혹하다. 두 여인의 마지막이 안쓰럽게 다가 온 '마담 뺑덕'... 기대가 컸던 만큼 만족감은 부족하지만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궁금하게 느낀 사람이라면 학규와 덕이의 위험한 사랑을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