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동정원
최영미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아마 80년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이 아닐까 싶다. 그 시대를 살았던 한 여인의 고백과도 같은 이야기 '청동정원'... 주인공 이애린을 통해 당시 시대상황과 대학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요즘처럼 교복이 제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시대에 날라리도 아니면서 다른 학생들과 다른 모양의 칼라를 맞춰 입기를 원했던 주인공 이애린... 그녀의 작은 반란은 첫 날부터 혼쭐이 나며 끝나고 만다. 애린 스스로 공부를 잘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경제력과 어머니의 지극정성이 턱걸이지만 명문대에 입학하는 결과를 낳는다. 로맨스 소설 속 연애를 생각하며 대학생활을 꿈꾸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터지는 80년대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이애린은 열정적인 투사도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자신과 가깝게 어울린 인물들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고 운동권이 되고 곤혹을 겪는다. 그녀의 부모는 착하고 똑똑한 딸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어느새 집안에서도 골칫덩어리로 전략해버린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 하는 인물이 있다. 이애린에게 있어서는 학교선배인 운동권 대학원생 남편이다.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비극적 여주인공과도 같은 환상을 갖고 결혼을 감행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런 행동을 하는 남자가 지식인이라니... 독재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집안에서는 그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독재자로 군림한다. 이런 아들을 바라보는 시어머니의 태도는 그 시절에는 다 그랬어 하는 말로 대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온 시간들이 온전히 느껴지는 이야기에 빠져든 책이다. 그 시절 같은 서울하늘아래 나 역시 존재했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시간이 흐리고 세상이 변하여 지금의 젊은이들은 당장 눈앞에 취직걱정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시대와 상황이 변화였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럼에도 그 시절 그 열정의 젊은이들이 그립다.
주인공이 소설을 쓰기 때문인지 자꾸만 이 책이 작가의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작가의 일기장을 열어본 것처럼 쓰라린 덧난 상처의 고통이 느껴진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현재 우리사회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