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탁 ㅣ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5
니시 카나코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같은 느낌을 주는 니시 가나코의 '원탁'을 읽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3학년생인 우즈하라 고토코 일명 '꼬꼬'라는 불리우는 동경심을 가슴에 품고 사는 소녀다. 소녀가 원하는 것은 온전히 '고독' 속에 있는 것이다.
요즘은 일차 사춘기가 보통 초등학교 3,4학년 때 온다는 말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여덟 살의 꼬꼬가 지금 딱 일차사춘기 시절에 있는 소녀처럼 행동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분명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성실한 가장으로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신다. 가정적이고 다정한 엄마, 차가운 면이 있지만 글자를 좋아하시는 할아버지와 성격이 낙천적이고 따뜻한 할머니, 여기에 위로 미인이라고 느껴지는 마음이 고운 세쌍둥이 언니가 있고 엄마의 뱃속에는 꼬꼬의 동생이 있다. 이런 대가족 속에서 살고 있지만 항상 자신만의 공간과 자신만의 눈으로 살짝 비딱하게 가족들을 바라보고 있는 꼬꼬... 어른인 내가 보았을 때는 꼬꼬란 어린소녀의 예민한 감수성 어린 모습이 마냥 귀여운 투정으로 여겨질 만큼 사랑스럽다.
꼬꼬는 성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눈 다래끼로 인해 안대를 하고 오자 안대란 것 자체가 멋있어 보이는데다 체육시간에도 쉬게 되자 당장 거짓말을 해서라도 안대를 하고 싶다. 물론 나중에 쥐 아저씨를 만나고 토끼로 인해 진짜 안대를 사용하는 상황이 오지만 현재는 모르기에 인기 있는 친구를 동경해 안대를 착용하기에 이른다. 우리 같으면 조금 조성숙증이라며 걱정을 할지도 모를 여성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당연하게 오는 현상들마저도 마냥 부럽기만 하다.
꼬꼬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또박또박 진한 글씨로 비밀스런 공책에 담아 둔다. 우연히 세쌍둥이 언니가 발견해서 자신의 사랑스런 동생의 글씨와 글에 매료되고 특히 수예부에 소속되어 있는 언니는 동생의 글씨를 보며 수를 놓기도 한다.
여덟 살의 소녀가 가지는 감정치고는 상당히 세련된 소녀 꼬꼬... 가족, 친구, 학교란 그 또래의 아이들이 갖고 있는 반경 안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는 꼬꼬의 성장기 이야기가 아주 따뜻하고 기분 좋게 다가온다.
꼬꼬의 친구로 한국인 재일교포 4세 박군이 나오는데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교포들의 이야기가 때 묻지 않은 어린이를 통해 들려준다. 아직은 왜곡된 역사교육을 접하지 않았기에 온전히 박군의 이야기를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꼬꼬의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족, 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아직은 어리기에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고 싶다는 다소 황당한 열망을 가진 소녀 꼬꼬지만 그녀를 둘러싼 세상이 따뜻한 온기로 가득 메어져 있기에 이런 귀여운 고민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원탁'... 한마디로 지나온 동심의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책이다. 읽는 내내 꼬꼬반 아이들이 너무나 귀엽고 세쌍둥이 언니들의 사랑스런 마음씨가 온전히 느껴지는 이야기에 빠져 즐겁게 읽었다. 북스토리 저팬 클래식 시리즈는 처음으로 접했는데 이 책에 대한 느낌이 좋아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