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미래에 일어날 일을 얘기해 놓은 '예연서'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누구나 탐을 낼 것이 뻔하다.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사는 물론이고 소소하게 작은 일들까지도 알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인지 선거철만 되면 이름 있는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듣는 마음 상태나 보고 싶은 대로 보고자 하는 마음 상태라면 같은 이야기도 그 의미가 많이 달라 보일 수 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만 보아도 암호에 두루뭉실하게 기술하고 있는데다 해석하기에 따라 맞느냐 틀렸느냐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비취록'은 우리나라의 굵직한 사건을 너무나 잘 맞춘 19세기 신비의 예언서다. 과거의 이야기만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 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실제로 담겨 있어 이 책을 가지려는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하나같이 다 불행한 일을 겪게 된다.

 

여전히 논문표절문제로 인해 정치계는 물론이고 학계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비취록의 주인공 강명준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글을 읽다보니 빠져들어 생각보다 많은 분량을 표절하고 이것을 교묘히 숨길 자신도 있었지만 걸리고 만다. 징계를 받고 학교를 떠날 위기에 처한 그는 학장을 찾아가 한 달의 기한을 유보해 주기를 원한다. 그가 이처럼 간곡한 부탁을 한 연유는 어느 날 중절모를 쓴 중년의 남성이 찾아와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보여준 '비취록'의 진품임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비취록을 온전히 다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을 중절모의 남자가 건넨 아주 적은 분량의 복사본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비취록의 존재에 대해 잊혀질 즈음 난데없는 한 통의 전화는 명준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중절모의 남자가 죽음을 당하자 비취록의 진가를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중절모의 남자는 고서점을 운영하던 인물로 그의 아내는 한때는 남편과 잘 지내던 고서적 중개인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헌데 이 남자마저 죽음을 맞는다. 사건 현장에는 승복에 다는 단추와 고무신 자국이 고서적 중개인의 신발 자국과 뒤섞여 있다. 부적의 모양과 그들이 잠시 머물렀던 쌍백사가 행방을 알 수 없는 예언서 비취록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을 맡은 오반장가 쌍백사를 찾은 그 날 스님 한 분이 추락사 한다.

 

쌍백사를 둘러싼 음산한 기운... 이곳에 잠시 있게 된 유정 스님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스님의 수첩을 통해 쌍백사 스님들의 정체 모를 행동에 대해 알게 된다. 증거를 찾아야 한다. 직접 수첩에 적힌 곳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현암 스님과 낮선 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세상에는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든 일도 있고 믿고자 마음먹으면 다 믿어지는 일도 있다. 세상이 잘못 흘러간다고 믿기에 바로 세우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간다. 현재도 갈수록 생활이 힘들어지는 국민들은 나 몰라라하고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는 편 가르기 없이 한목소리로 만장일치 속도전을 보이는 정치인들을 보면 화가 나면서도 왜 저런 인물들이 여전히 우리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지 한숨짓게 된다.

 

2015년 내년이다. 커다란 사건을 실행에 옮기면 바꿀 거라 믿는 사람들... 그 중심에는 비취록에 담긴 예언도 있겠지만 나라를 짊어지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취록을 믿기에 변화를 원한다. 쌍백사의 사람들처럼 한 쪽에 쏠리는 성향이 나쁜 모습으로 변질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가진 성향이 폭력적이지 않다면...  평범한 사람들 마음에도 비슷한 생각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쌍백사의 창건은 분명 좋은 뜻으로 시작했기에...

 

'정감록'은 살기 힘든 백성들의 열망이 담겨진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조선의 혁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꼭 읽는 필독서다. 책의 맨 뒤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적는다. 내가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예언 내용이 아니다.  선조의 지혜와 통찰력, 예지력도 아니다. 이 책 저변에 깔려 있는 백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다. 살가운 문장 속에는 백성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절절하게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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