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4년 9월

자신이 잘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먹고 살기 위해 하기 싫어도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잘하는 일이 꼭 좋아하는 경우가 아닌 경우도 흔하다. 장-폴디디에로랑의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는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책을 파쇄 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다.

매일 같은 시간에 전철을 타는 남자 서른여섯 살의 '길랭 기뇰'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남자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가방 속 손에 잡히는 낱장을 꺼내 읽어주는 남자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못한다. 길랭이 책을 파쇄하기 위해 커다란 강철로 이루어진 기계에 느끼는 감정이나 은 그의 책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느끼게 하면서도 보여주는 반응은 흥미롭다.

같은 방식으로 글을 읽어주다 한 노부인을 만나게 되고 이후 양로원에서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하게 된다. 혼자서 책을 읽어주다 노부인이 책을 읽으며 그는 여태껏 인식하지 못한 반응을 보게 된다. 극소수의 한정되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느 날 우연히 주운 USB로 인해 길랭의 인생은 새로운 극면을 맞게 된다. USB 속에 담긴 72개의 파일을 연 길랭은 자신의 일상을 적은 스물여덟 살의 젊은 여성에게 관심이 간다. 그녀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녀를 만나고 싶다. USB를 주운 장소와 그녀의 직업을 토대로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빌랭... 길랭은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무척 흥미롭고 의외로 재밌는 책이다. 길랭을 비롯하여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든다. 경비원, 알코올에 의한 사고... 아니 기계가 가진 결함으로 인해 다리를 잃어버리고 고서적을 모으는 것으로 낙을 삼고 있는 남자와 애완동물, 노부인, USB 속 여자까지.. 개성있는 캐릭터에 감각적인 스토리는 책을 읽어갈수록 마음을 따뜻해지는 푸근함을 느끼게 해주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단숨에 읽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책이 죽음을 맞는 모습은 안타깝다. 길랭이 파쇄되는 책을 보며 느끼는 감정을 책을 읽으며 나 역시도 느낀다. 책에서 향기가 난다는 표현을 쓴 이야기가 이해가 가는 책으로 저자의 이름이 낯설고 생소한데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