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프레임 - 전2권
정병철 지음 / 일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방향으로 보는 경향이 어는 정도는 있다. 자신은 객관적이라고 말하지만 알게모르게 자신의 판단이 은연중에 자신도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형화된 틀 안에 갇힌 것은 아닌지... 정병철 작가의 '프레임'은 사회 각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정의롭다고, 진실이라고 믿었던 사실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거짓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스토리는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이란 미모의 명문대 법대생이 납치 열흘 만에 싸늘한 죽음을 맞게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대생이 끔찍한 모습으로 죽음을 받게 되고 범인을 추적하는 가운데 살인을 지시한 사람으로 지목된  70대의 노부인(이 사건을 지시한 인물)을 둘러싼 법정 분쟁과 판결을 받으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헌데 다시 노부인이 오랜 시간을 병원 특실에서 편안하게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룬 케이블 방송 TV 방영이후 노부인은 물론이고 그녀의 담당의사인 저명한 유방암 의사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게 된 사연의 숨은 모습을 다루고 있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노부인은 믿고 싶지 않지만 자신이 살아 온 인생을 통해 보았을 때 혹시 하는 마음이 가져온 행동이 엄청난 결과가 그녀는 물론이고 가족 모두를 파멸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사위와 미모의 여대생... 두 사람은 사실 이종사촌 사이로 절대 특별한 사이가 되어서는 안 되는 관계다. 사건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난 후 노부인은 자신의 사위와 여대생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살짝 전화를 건 의심이 가는 인물이 있다. 돈이 목적이란 생각이 드는 인물... 이 인물이 누구인지 여부를 따져보기 전에 노부인은 사위의 불륜이 진실인지 알기 위해 친척에게 미행을 지시한다. 헌데 제대로 일처리를 못하는 것을 보고 돈을 되찾으려는 모습을 보이자 여대생을 납치 감금한 후 결국 죽이고 만다. 미행은 지시했지만 살인은 지시하지 않았다는 노부인의 주장과 살인을 저지르고 이미 해외로 뜬 두 명의 용의자의 엇갈린 진실과 번복된 증언...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책들은 종종 있다. 세간의 떠들썩한 화제를 몰고 온 사건이라면 더더욱 글을 쓰는 작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사건 역시 나도 알고 있었고 호화병실에 입원중인 노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 취재기자는 물론이고 병원에 입원중인 노부인을 고발한 의사까지 그들의 행동에 전혀 악의는 없었는지..

 

진실은 오직 본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의 진실은 지금도 헷갈린다. 젊고 생기발랄한 한 미모의 법대생의 삶은 사람들의 화제 속에 있지만 그녀의 억울함을 대신해 줄 수 있을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말하고 있지만 대중매체에 휩쓸려 집단적으로 보여주는 마녀사냥이 정말 옳은 것인지... 진실과 거짓의 모습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을 온전히 진실인지.. 그것이 사실이라 고해도 노부인에게 쏠린 나쁜 감정이 조성되어 있는 사회분위기에서 힘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 안 될 거 같다. 진실은 어느새 저 멀리.. 아니 책 속에 담겨진 진실마저 진짜인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틀 안에 맞추어진 사건을 보면서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살아가야 할 삶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조카와의 불륜을 의심하는 장모의 모습에 사위된 입장에서 좋았을 리 없겠지만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아내와 살고 있는 남자나 남편, 엄마가 연일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것을 옆에서 보아야 하는 딸이자 아내인 여자, 남편의 바람기에 속 썩을 대로 썩은 채 평생을 살아왔기에 딸에게만은 이런 고통을 남겨주고 싶지 않았기에 잘못된 행동을 한 노부인, 젊은 시절부터 아내에게 많은 잘못을 저질렀기에 유방암에 다른 병까지 얻어 힘든 아내의 무죄를 믿는 늙은 남편의 모습까지...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사건들이 보도된 이야기만 듣고 믿고 있는 것이 맞는 일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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