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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 소실형 ㅣ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가지오 신지 지음, 안소현 옮김 / 살림 / 2014년 9월
평점 :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다.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모른다. 아니 알아서는 안 되게 생활해야 한다.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형벌을 받은 한 남자의 고독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게 전개되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 소실형'은 일본 SF의 미스터리 거장이라고 불리는 가지오 신지의 신작이다. 이 작품에 쓰인 형벌은 미국의 유명 SF 작가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졌다고 밝히고 있는데 미래에 실제로 이런 형벌이 존재한다면 깊은 고독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뜩한 형벌로 느껴진다.
나 아사미 가쓰노리는 같은 회사에 입사한 글래머의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조금은 헤픈 여성이 보인 관심에 단 한번 응한 댓가인 폭행으로 인해 1년이란 형을 선고 받는다. 기꺼이 8개월로 형을 단축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벌의 테스트 참가자가 되기로 한다. 새로운 형벌은 목에 특수 전파를 내보내는 ‘배니싱 링’이라는 특수한 금속 목걸이를 착용하는 것이다. 남은 기간만큼 시간이 입력되어 가쓰노리의 형기가 마감하는 시간이 되면 저절로 금속 목걸이는 풀어진다.
특수 전파로 인해 사람들은 가쓰노리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것을 알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자 본인 스스로 놀라게 된다. 혼자서 지내는 것에 익숙했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에서 오는 고독감은 그를 점점 더 깊어만 간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한다면 그의 목에 있는 ‘배니싱 링’의 작용으로 그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배니싱 링이 조여드는 고통을 맛보아야 한다. 그 고통을 알기에 가쓰노리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극도로 조심한다.
우연히 노숙자로 지내는 아는 인물을 만나게 되고 중학생 떼거리가 저지르는 나쁜 행동을 그는 모른 체 할 수 없다. 이런 그의 행동이 노숙자는 구했지만 ‘배니싱 링’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고 만다. 설상가상 자신을 이런 형벌에 있게 한 여성도 보게 된다.
극도의 외로움 속에 지내던 가쓰노리는 우연히 누군가의 애절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목소리의 주인의 행방을 알아내야 한다.
사람이란 혼자서 살 수가 없다. 세상에 소실형이라니... 옆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과도 같은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모습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살아도 결코 살아 있다고 느끼지 못할 거 같은 소실형 인간에 관한 이야기는 미래 사회의 형벌은 이와 비슷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SF 소설이 가진 무게감도 나름 괜찮고 현실에서와는 살짝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일이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사람과 텔레파시라고 할 수 있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만들어 가는 로맨스 부분도 있어 나름 재밌게 있었다.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기에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