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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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인공 줄리아는 이제 겨우 열한 살의 소녀다. 지구의 자전이 느려지는 '슬로잉' 현상이 생기면서 줄리아를 중심으로 한 세상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가장 친한 단짝친구인 모르몬교를 믿는 헤나는 안전하다고 믿는 곳으로 떠난다. 시크한 매력의 헤나가 있을 때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수모를 줄리아는 겪게 된다. 특히나 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에게 있어서 2차 성장이 일어나는 부분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그것도 학교 안에서 가장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남학생 '세스'가 보는 앞에서 당하고 만다. 이 일은 줄리아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아버지의 가방 속에 담긴 20달러를 슬쩍해서 다른 여학생처럼 자신도 갖추어 입는데 사용한다.

 

전직 배우였던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 엄마는 슬로잉이 가져 온 현상들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생필품을 사다 모으기 시작한다. 이런 아내의 모습에 호응하지 않는 의사인 아빠는 무덤덤하게 대응한다. 슬로잉이 점점 더 심해져 예전과 같은 리듬에 맞춰 생활을 하기 힘들어지는 현상까지 찾아온다. 이런 현상은 북유럽의 국가에서 보이는 '백야'가 실제로 일어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감정은 불안정하고 복잡 미묘하게 변해간다.

 

줄리아는 우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 선생님의 집에서 자신과 너무나 관계가 깊은 인물을 보게 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세스에게만 이 사실을 알리며 둘만의 비밀을 공유하는데... 세스와 온전히 강렬한 태양 속에서 시간을 보낸 이후 그에게 나타난 안 좋은 징후들... 결국 세스는 다른 도시로 떠나가고 이제 성인으로 성장한 줄리아는 여전히 그가 남긴 스케이트보드를 간직하며 기다리고 있다.

 

지구의 자전이 빠른 속도로 느려진다는 엄청난 재앙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설정 속에서도 줄리아란 아직은 어린 열두 살을 앞둔 소녀가 자신의 가족, 친구,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너무나 좋아하던 친구가 떠났다 돌아왔지만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슬로잉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예 영향이 없지는 않다. 줄리아가 좋아하는 남학생의 어머니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응하는 서툰 모습도 보이고 남학생에게 끊임없이 신경을 쓰는 모습... 세스게 잘 보이고 싶지만 어색하고 쑥스러워 자신의 생일날임을 먼저 알아주었으면 하는 괜한 투정 같은 행동은 딱 그 나이 또래의 소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귀엽기도 했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계속 느려진다면, 이건 단지 추측일 뿐이지만, 기후가 급격히 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곳곳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날 겁니다. 그리고 많은 동식물이 멸종될 거고요. 바다가 양극 지방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p23-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이 나라에서 매년 삼백육심오 일 치의 일출과 일몰 시간을 그 외의 정보와 함께 명기한 두툼한 연감이 발행되었다는 사실이 지금은 믿기지 않는다. 우리가 하루하루의 명확한 리듬을 잃었을 때, 세상에는 결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고통 인식까지 함께 잃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p139-

 

"너한테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가한다."

"패러독스란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가 모두 진실인 경우를 뜻해."

"그 말을 잊지마. 알았지" 인생에는 흑백으로 나누지 않는 것도 있어."            -p380-

 

성장기 소설이 가진 신선하고 풋풋한 모습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재산손실과 인명피해를 주는 자연재해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작은 일들만 터져도 사재기가 판을 치는 형국인데 지구의 자전이 자꾸만 느려지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 공포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시간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불안감이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면서 그 두려움은 배를 넘어서게 된다. 생각만 해도 두렵다.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생겨나는 사람들의 뜻밖의 행동들... 슬로잉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지만 그런 행동이 정당화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줄리아의 아버지의 말처럼 인간의 모습이 하나는 옳고 하나는 그르다가 아니라 두 가지 모두 진실일 수 있다는 인간이 가진 모순된 감정이 이해는 된다.

 

데뷔작이지만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책이라 여겨진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나중에 영화로 나오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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