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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옹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지음, 손영미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9월
평점 :
시대에 따라 여성상이 매번 변화한다. 여성이란 이름으로 인생을 살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18세기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여성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남자들의 소유물 중 하나가 아닌 당당하고 자신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여성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을 가져야 하는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권의 옹호'에서 밝히고 있다. 사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여권의 옹호'를 통해서 그녀가 어떤 여성인지 알게 되었다.
18세기에는 모든 권력이 남성들에 의해 좌우된다. 여자는 단지 아름다운 미(美)를 추구하고 순종적이고 여성다운 부드러움만을 강조하던 시대다. 특히나 장 자크 루소는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하나의 소유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당시 여성들은 아름답지만 연약하고 남자에게 순종하는 집안에서 바느질과 옷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진 지적인 활동과는 거리를 둔 상대로 여긴다. 남성이 가진 힘을 장점으로 여기기에 여성들은 남자에게 복종하고 남자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애를 써야하고 사랑 받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 허나 저자는 여성은 스스로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자각과 사고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을 통해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고 생각을 토론할 수 있는 이성과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대가 변하여 성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성들은 개방적인 성문화를 즐겨도 되지만 여성들에게는 순결의 중요성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는 우리 현실이다. 18세기에도 남성들은 방탕한 생활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면서도 여성 스스로 순결을 잃게 되면 스스로가 타락의 심연에 떨어졌다는 생각을 빠지도록 세뇌되어 있다. 여성들이 가진 최고의 미덕이며 열정은 사랑을 키우도록 받은 교육이다. 헌데 순결을 잃어버림으로 인해 여성은 가장 나쁜 여자로 한순간에 전략되어지고 만다. 시대가 이런 여성들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에 일침을 가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저자가 왜 이렇게 여권을 옹호하는 글을 썼는지에 대한 이해는 저자의 삶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녀는 남자들에 의해 여자의 인생이 어떤 식으로 걷게 되는지 몸으로 직접 체험하게 된다.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의 사회분위기에 아들을 향한 편애와 재산 상속,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자라면서 받았던 차별, 여기에 자신의 힘을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밖에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그런 아버지를 떠나지 못하는 어머니의 이유가 경제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그녀가 '여권의 옹호'를 출간하고 세간의 화제가 되어 진보적 지식으로 유명 인사가 된다.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라고 해야 할지 아님 지금 세상에서도 이해받기 어려운 성향을 가진 여성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결혼한 유부남에게 끌려 남자의 아내에게 당당하게 삼각 관계를 제의했다는 이야기에 다소 놀랐지만 그녀였기에 가능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매력적인 첫 번째 미국인 군인 남편을 만나고 그로 인해 두 번의 자살도 시도하게 된다. 이런 그녀의 행동에는 남편에 대한 그녀의 지독한 사랑, 갈망이 원인이 된다. 이후 급진주의 성향의 고드윈이란 안면이 있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비로소 그녀는 결혼 생활이 가지는 진정한 사랑, 평등, 배려 등의 행복한 관계를 몸소 체험하게 된다. 헌데 그만 아이를 낳고 산욕열로 너무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한때 남편인 고드윈의 전기로 인해 그녀의 명성이 서서히 사라지는 듯 했지만 19세기에 들어 그녀의 사상과 인기가 되살아난다. 특히나 러시아 출생의 미국의 대표적인 무정부주의자, 사상가로 저자와 너무나 흡사한 삶을 살았던 엠마 골드만(Emma Goldman)은 그녀의 이야기에 동의하면서도 그녀가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방랑자, 탐구자였으며 지혜를 얻은 자이기에 불행한 죽음을 맞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로 차갑고 냉소적인 평가를 내린다.
여성과 남성은 동등하다. 따라서 여성은 사회적, 정치적, 개인적으로 남성과 똑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도덕적 기준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정치적 권리와 의무를 지녀야 한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취업 기회와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여성은 가능한 한 남성과 비슷하게 행동해야 한다. -p487,488-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여성의 옹호에 담겨진 주요 내용이다. 그만큼 당시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 구속된 삶 속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자신의 삶을 받아들였다. 특히나 당시 남성들은 여성들과 평등... 같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저렇게 급진적인 글을 썼다는 것이 놀랍다.
시대가 변하고 여성들의 권리가 나아졌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남자들의 지위, 부에 의해 그들의 아내들의 모습이 결정된다. 남자의 경제력을 첫 번째로 꼽는 여성들이 많은 반면 시대가 변하였지만 여전히 남자들은 여자를 볼 때 아름다움을 최고의 으뜸 요소로 친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남성들이 원하는 첫 번째 기준이 美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책이지만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여성들의 권리가 저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같은 여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자의 책을 놓고 다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생각들을 만날 수 있는 울스턴크래프트 논쟁, 비평 부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