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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3
김이설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아주 예뻐하는 조카 중에 한 쪽 뺨에 오백 원짜리 동원 크기만 한 붉으면서 푸른빛을 띠는 반점을 가진 소녀가 있다. 항상 볼 때마다 얼굴이 통통하고 예쁘장하게 생겨 늘 그 반점으로 인해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조카 역시도 초등학교를 지나면서 자기 얼굴에 자꾸 신경을 쓰기에 결국 고모와 고모부는 수술을 해주어서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완치는 아니라 살짝 있어도 화장으로 감추면 전혀 보이지 않아 이제는 자신의 얼굴에 자신감을 사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인다.
김이설 작가의 '선화' 역시 얼굴 절반에 붉은 반점을 가진 서른다섯 살의 노처녀로 꽃집 사장이다. 꽃을 만지기에 차가운 손에 주부습진을 달고 사는 여자다. 꽃집을 하는데 있어서 지금의 자신의 나이에 자살로 세상을 떠난 엄마의 영향이 크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것도 싫고 그녀 역시도 사람들의 눈길을 정면으로 대할 자신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도 남자친구와 비슷한 상태의 키가 작지만 착한 남자가 있다. 그와의 관계는 일반적인 연인들과는 같으면서도 조금은 다른 느낌을 풍긴다. 아무래도 서로가 가진 아픔을 잘 알기에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한 남자가 꽃을 사러 오는데 그의 목에 난 상처로 인해 관심을 가진다. 그가 보내는 꽃을 받는 가날픈 손가락의 여자를 우연히 보게 된 선화...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관심도 없지만 남자의 방문을 선화는 은근히 기다리게 된다.
언니가 전화를 한다. 평생 언니의 얼굴에 새긴 상처로 인해 죄인처럼 지낸 선화... 헌데 따지고 보면 이중적인 행동을 하는 언니의 모습에 어린 선화가 보인 반응이 못됐다고만 할 수 없다. 철저하게 선화와 다른 대우를 받는 언니를 보면서 자란 선화가 위기에 처한 언니네 가정에 보인 모습은 이해가 된다.
세상에 효자, 효녀를 둔 부모는 좋을지 몰라도 아내, 남편은 힘들다고 한다. 어머님의 말이라면 끔찍이도 따르는 아들.. 선화의 엄마는 이런 시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에서 내 편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절망감을 느껴 자살을 한 것이...
꽃집 아가씨 선화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꽃집의 아가씨는 예뼈요에 나오는 가사 말에 같지 않다. 오히려 취직이 어렵고 어머님의 영향으로 꽃집을 하게 되었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지만 살가운 정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남보다 못한 가정일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앙금처럼 남아 있는 언니와의 소통이 커다란 웃음 한 번으로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공포를 느끼면 상대방은 즐기더라구요. 내가 어려워하면 금세 권위를 세우고, 내가 수그리면 상대는 더 꼿꼿이 목을 쳐들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다고 여겨야돼요. 나와 상관없다고 치는 거죠." -p77-
차분하고 서늘하면서도 감각적인 소설이다. 흔치는 않지만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인간관계를 가진 선화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짧은 이야기속에 삶의 무게를 느끼며 사는 선화의 모습에 자꾸만 신경이 쓰이며 그녀가 좀 더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