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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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페로의 잔혹 동화 '푸른 수염'이 아멜리 노통브 여성작가에 의해 새롭고 감각적으로 다시 태어난다. 절대 보아서는 안 되는 곳이 있다. 지하실로 통하는 금지된 장소가 샤를 페로의 동화에 있다면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에는 개방되어 있지만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비밀의 공간인 사진을 인하하고 전시하는 방이 있다. 그 방에 들어간 여덟 명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에스파냐 귀족이며 프랑스로 망명해 자리 잡은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요란 마흔넷의 남자는 새로운 세입자를 모집한다. 열다섯 명의 여성들은 하나같이 돈 엘레미리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스물다섯 살의 루브르 미술학교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벨기에 처녀 사튀르닌은 현재 생활하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지원한다. 아름다운 그녀가 돈 엘레미리오의 마음에 들어 저렴한 가격에 최고급 집에서 그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20년 동안 바깥출입 없이 온전히 집에서만 생활하는 돈 엘레미르오... 그는 사튀르닌이 마음에 든다면 단번에 사랑 고백을 할 정도로 정열적이다. 헌데 그녀 이전에 돈 엘레미르오와 생활했던 여덟 명의 여성들은 감쪽같이 실종되었기에 사튀르닌은 한시도 돈에게 틈을 보이지 않으며 긴장 상태를 놓지 않으려고 정신을 다잡는다.

 

돈 엘레미르오란 남자는 솔직함을 무기로 끊임없이 사랑고백을 하며 아름다운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남자다. 사튀르닌 역시 그의 입을 통해 여덟 명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듣지만 자꾸만 그에 대한 좋은 감정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그녀 역시 그에게 다른 감정을 느낀다.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얼마나 신선하고 흥미로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운둔형 외톨이에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귀족적인 마스크에 스마트하고 깔끔하며 젠틀한 돈 엘레미르오와 절대적으로 자신은 다른 여자들과 달리 남자의 재력, 말솜씨에 넘어가지 않을 거란 확고한 신념을 가진 신세대 여성 사튀르닌... 많은 인물들 없이 두 사람을 중심만으로 충분히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토리가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 보였지만 마지막에 사튀르닌에게 일어난 반전은 예상을 넘어선다.

 

사람이란 게 참 이상한 동물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심리... 이런 심리를 이용해서 여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돈 엘레미르오의 고도의 심리전술과 자연스럽게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넘어가는 여성들... 사튀르닌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희생되었을지...

 

스토리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책에 나온 사진기가 눈에 띈다. 요즘은 기술이 하도 발전해서 빠르게 새로운 전자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아나로식 방식이 좋아 예전 모델을 찾는 마니아들이 있다. 솔직히 카메라에 대한 큰 관심도 없고 잘 모르지만 돈 엘레미르오가 가진 느리지만 예술적으로 찍히는 사진기에 관심이 간다.  

 

사튀르닌과 돈 엘레미리오... 두 사람의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나누는 말에 빠져 즐겁게 읽은 책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은 푸른 수염이 처음인데 간결하고 짧지만 강인 인상을 남기는 그녀의 다음 작품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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