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하루 - 권력 아래 가려진 왕비들의 역사 하루 시리즈
이한우 지음 / 김영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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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의 여자 왕비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남녀의 구분이 없던 고려시대와 달리 조선시대 그것도 임진왜란 이후 조선후기 여성들의 삶은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남녀의 입장이 철저하게 대비된다. 여성의 지위도 낮고 재혼을 할 수 없었고 재산 상속도 차별을 두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은 더더욱 어려운 시기였지만 왕비로 간택이 되면 왕의 가족들과 달리 왕비의 일가친척은 권력의 발판을 얻는 기회가 되었기에 가문을 위해, 자식을 위해서 그녀들은 권력욕을 내보인다.

 

드라마를 통해서 무수히 만들어졌고 얼굴만 보고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를 중심으로 한 영화 '관상'.. 여기서 세조로 나온 이정재씨의 강렬한 인상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데 조선의 최초의 국모인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 그녀는 태종 이방원과 함께 조선 건국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방원이 세자가 된다면 강씨는 물론이고 그녀의 아들 역시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기에 이방원을 개국공신에서 이름을 빼고 세자에도 책봉되지 못하도록 힘을 쓴다. 말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인 묵계가 이루어진 고려에 충심을 지킨 정몽주 제거를 두고 이방원과 계모 강씨는 사이가 껄끄러워진다. 강씨는 조선 개국 일등공신인 정도전과의 정치적 연합으로 자신의 아들 방석을 태자에 책봉되는데 힘을 쓴다. 이로 인해 이방원과 정도전, 강씨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지고 만다. 마흔이란 조금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은 강씨... 그녀는 죽기 전까지는 뛰어난 정치력을 갖추고 이방원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힘을 발휘했다.

 

신덕왕후 강씨 만큼이나 성종을 왕위에 오르도록 힘을 쓴 정희왕대비... 그녀의 힘은 계유정난을 설계하고 성공시킨 수양대군의 일등 모사꾼인 한명회와의 힘겨루기에서도 결코 지지 않았다. 왕이 되었지만 한 번도 왕다운 권력을 행사해 보지 못한 명종과 그의 아내 인순왕후는 시어머니 문정황후의 섭정과 외척 윤원형의 득세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자식인 순회세자가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지아비인 명종이 죽자 중종의 후궁인 안씨의 아들 덕흥군의 셋째아들 선조를 양자로 삼아 왕의 자리에 즉위시킨다. 조선 왕조의 기반을 굳건히 세운 성군인 세종대왕도 정비인 소헌왕후 심씨 물론이고 첩까지 합쳐 무려 18명이나 된다. 헌데 현종만은 정실왕후인 명성왕후 김씨만을 아내로 둔다. 현종이 죽고 자신의 아들인 숙종이 왕의 자리에 오르자 배후 조정자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조선의 임금 중 개인적으로 가장 무능한 왕이라고 생각하는 인조는 아버지란 이름이 부끄럽게도 아들 소현세자를 독살하는 일에 묵인한다. 소현세자와 달리 효명세자 역시도 빠른 죽음을 맞지만 아버지는 많이 달랐다. 순조의 뜻에 따른 효명세자는 대리청정을 한다. 순조는 처음에 가진 왕권 강화가 실패하고 자신의 신경증이 깊어지면서 아들 효명세자에게 대리청정을 통한 승부수를 던진다. 효명세자는 기득권 세력인 안동 김씨가 아닌 숨은 인재들을 발굴해 기용하며 자신의 권력을 다진다. 안동 김씨를 고립시키며 그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며 모든 준비를 마쳐갈 즈음에 갑자기 급서를 하고 만다. 효명세자가 급서하지 않고 왕의 자리에 올랐다면 어떠했을지...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이야기는 누구나가 알고 있을 정도로 시아버지와 정치적 대립을 벌일 정도로 현직에 있으면서 유일하게 정권을 장악한 왕비다. 일본의 공권력 집단이 조선왕비 시해 사건인 을미사변이 일어난다. 명성황후가 살해 된 후 조선의 마지막 왕비인 순명황후 민씨는 남편 순종이 황제로 즉위하기 전에 33세란 이른 나이로 죽음을 맞는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통해서 왕비들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투쟁을 벌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왕비의 모습도 있지만 왕보다 먼저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왕비의 삶은 결코 만만치 않다. 궁궐의 어른들에게 문안과 건강에 항상 주의를 기울려야 한다.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는 왕비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왕비들은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없다.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속에서 왕비들은 끊임없이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사대부, 기득권층, 왕 등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육감의 정치를 펼친 왕비들의 이야기는 그 동안 만났던 드라마, 영화 속 왕비들의 모습과 비교되며 흥미롭게 진행된다. 왕비를 통해서 조선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은 부제목인 권력 아래 가려진 왕비들의 역사란 이름에 걸맞게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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