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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서늘하지만 잔잔한 이야기가 늘 감성을 자극한다. 이번에 나온 신작 '등 뒤의 기억'... 누군가의 등 뒤에 감추어진 무수한 기억들이 가진 이야기가 이번에도 저자만의 색깔, 느낌이 잘 나타나 온전히 저자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도시와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실버 아파트에 살고 있는 쉰네 살의 여인 히나코는 주위에서 볼 때는 외로운 여인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히나코는 혼자가 아니다. 언제나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상의 여동생 아메코와 함께 살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옆집 남자가 찾아와 히나코의 지나온 인생에 관심을 보인다. 남자의 방문에 여동생 아메코는 싫은 내색을 한다. 남자가 돌아가고 아메코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조용히 퍼져간다.
사람이란 게 사랑만 갖고는 살 수 없다고 하지만 사랑이 전부인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인 히나코 역시 아들을 데리고 뱃속의 아이를 임신을 하면서 결혼을 한다. 착한 남편을 만났기에 사랑이 충만한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하는데 그녀는 아들들과 남편을 두고 떠난다. 아메코 역시 유부남과의 사랑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버린 여자다. 허나 유부남과의 사랑이 끝이 나고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히나코의 두 아들은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르다. 친아버지가 아닌데도 자식으로 여겨주고 아껴준 아버지를 생각하는 히나코의 큰아들은 어머니의 관계를 끊을 정도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접는다. 반면에 동생은 어머니에게 자신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머니와 만나 형 내외, 그들의 딸의 소식을 전하며 가족이란 끈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책 속에 있는 인물들은 완벽이 아니라 너무나 공허하고, 슬픈 혼자만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오래 전 과거에 고의는 아니었지만 살인을 저지른 인물도 있고 좋은 여자를 만나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다가 우연히 발견한 배우자의 지난 흔적에 마음을 다친 사람, 다른 사람에게 유달리 친절한 감정을 가진 배우자의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 우리도 그렇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과 자식이 바라보는 부모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들이 지나온 과거의 기억들이 합쳐지며 그들 각자가 가진 아픔이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애틋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마음속에 후회 한두 가지 안 하며 산 사람이 있을까? 누구에게나 실수도 있고 후회도 한다. 헌데 그 실수와 후회를 너무 늦지 않았다면 설령 조금 늦었더라도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란 느낌이 팍 오는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