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창래 지음, 나동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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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이창래 작가... 이 분의 책이야 워낙에 유명해 몇 번이나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제야 '만조의 바다 위에서'를 통해서 처음 읽었다.

 

솔직히 이 책 쉽지 않은 책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미래 사회를 다룬 책이나 영화는 무수히 만나왔지만 이창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꾸만 생각해 보게 되고 서로 구역을 나누어진 미래 사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행복과는 거리가 느껴져 어둡고 씁쓸하게 다가온다.

 

B-모어 지역에서 하나의 수족관을 담당하며 물고기를 키우는 소녀 '판'... 그녀는 갑자기 사라진 남자 친구 레그를 찾아 무작정 B-모어 지역을 나간다. 판이 떠나면서 자신이 키우던 물고기 전부를 죽게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을 놓고 이야기가 난무할 뿐이다.

 

레그를 찾아 떠난 판의 여정은 만만치가 않다. 판이 심하게 다친 것을 알게 된 수의사는 판을 도와주지만 수의사 퀴그가 판에게 보이는 친절에 반감을 가진 여자도 있다. 퀴그는 같은 수의사였던 아내와 나름 경제적 여유를 가질 정도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인물이다. 허나 퀴그는 옳은 방법이 아닌 것으로 돈을 모으고 꿈을 키우게 된다. 그로인해 아내와 딸과 함께 여유롭게 살고자 마음 먹은 생활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퀴그가 판에게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주었지만 판 역시 뜻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위기에 처한 퀴그를 구해준다.

 

판은 차터 가정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도 받고 여러가지로 편의를 제공해주는 인물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을 만나는 여정은 계속된다. 판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레그를 너무나 빼닮은 의사를 만나기도 한다. 의사를 통해서 판이 B-모어 지역에서 승급하여 차터 마을로 들어간 나이 많은 형제 리웨이를 만나기도 한다. 리웨이란 이름을 버리고 살아가는 그와 만나게 되는 판... 친척이라고 생각했던 리웨이는 판을...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들을 구분 짓는 형태는 존재하는 거 같다. 가상의 미래세계지만 '만조의 바다 위에서' 는 크게 세 구역인 B-모어 지역, 차터, 자치주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다. 완벽하고 높은 생활수준을 자랑하는 차터 구역에 사는 사람들은 정해준 기준에 맞춰 큰 불평불만 없이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노동계층을 이용한다. 서로가 상부상조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은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편의대로 사람들을 길들이고 순응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살려는 마음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아주 모습을 보인다. 그나마 현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곳은 자치구가 아닐까 싶다.

 

판이 만나게 되는 다른 구역,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허나 그들 속에 진정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없다. 지금 세계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에 안전한 나라는 없다. 책에서 만나는 가상의 미래 사회 역시도 C-질환이란 질병으로 인해 사람들은 공포에 떤다. 완전하다고 믿고 싶은 세상 역시 온통 거짓과 가짜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가상의 미래의 모습이 상당히 저자가 현재 미국의 모습을 닮아내고 있다고 했지만 우리사회의 모습도 많이 닮아 있어 씁쓸한 기분이 든다. 판이 길을 떠나며 가졌던 생각, 주변상황들을 냉정하게 풀어놓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책에 빠져들게 하는 모순된 면을 가지고 있다. 미래 사회를 구원해 줄 어린 영웅은 아니지만 판으로 인해 다른 세계 사람들의 모습이 밝게 변화를 갖는다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이창래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현재의 미국 모습을 가상의 미래사회에 잘 표현해 낸 저자의 역량이 느껴지며 그가 왜 이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게 되었기에 다른 책에도 관심이 가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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