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윤일병 사건, 세월호 사건 등의 재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는 이유로 살인죄 적용을 두고 대립이 되고 있는 윤일병 사건 뉴스를 얼마 전에 보면서 아니 저런 말도 안 되는 폭행을 죽을 정도로 때린 것이 어떻게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세월호 사건 역시 승무원들의 안이한 대응과 자신들만 살기 위한 행동이 당연히 살인죄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건 역시 제대로 법적용이 될지 의문이 생길 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공허한 십자가'는 고의는 아니지만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두고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유가족의 피끊는 애통한 마음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단란한 가정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저녁 메뉴를 준비하기 위해 집에 있겠다는 딸을 두고 잠시 가까운 슈퍼마켓을 간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엄마이며 아내인 사요코가 의문을 받았지만 범인이 잡히면서 혐의에서 벗어난다. 욕실 창문을 통해 들어 온 범인에 의해 끔찍한 죽음을 맞은 여덟 살의 어린 딸.. 범인에게 사형이 내려지긴 했지만 아버지 나카하라와 어머니 사요코는 결국 헤어지고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나카하라는 경찰을 통해 이혼하고 자연스럽게 멀어진 전처 사요코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범인은 전혀 인면식이 없는 노년의 남성이다. 범행에 쓰인 도구조차 버리지 않은 범인... 범인의 사위는 장인을 대신해 사과의 편지를 유족에게 보낸다.

 

나카하라는 죽은 아내가 취재한 이야기와 논문을 보게 된다. '사형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란 글을 쓸 정도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그 이유를 막론하고 죄의 값을 받아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진 아내였다. 아내가 취재한 도벽에 관한 인터뷰 중 유달리 마음을 끄는 한 이야기... 아내의 장례식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나 살인, 힘없는 어린이, 여성을 상대로 한 파렴치한 성폭력 등은 아주 강한 법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지만 평생 죄인이란 지을 수 없는 무거운 십자가를 등에 짊어진 사람과 교도소에 들어가 있지만 죄에 대한 반성은 아예 생각지도 않는 철면피처럼 지내다 시간이 흘러 다시 사회에 나온 사람 중 누가 더 벌을 받고 속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내가 피해자, 가해자 가족의 입장이 되어 바라보는 관점과는 많은 차이가 보이겠지만 뇌우침이 전혀 없는 처벌... 특히나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공허한 십자가'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속도감이 좋고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는 스토리의 힘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가장 크게 흔들고 있는 커다란 두 사건만을 보더라도 법이 가진 모순과 유족들의 아픔을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더불어 우리나라도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건들에 대해서는 좀 더 강력한 법이 적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