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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맨션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6
오리하라 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짙은 파랑색의 커튼에 빨간색 하이힐을 신은 여인의 늘씬한 다리만 보이는 표지가 '그랜드맨션'이란 제목까지 더해져 호텔식의 고급 아파트를 연상시킨다.
몇 년 전에 층간소음으로 아래윗층간의 감정 악화로 살인을 저지른 사건까지 발생했다. 크고 작은 소소한 싸움은 일어났어도 살인사건이라니... TV이를 보면서 내심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허나 이제는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는 TV, 각종매체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로 우리는 소음에 대해 민감할 대로 민감해진 상태다. 이런 층간 소음 때문에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이혼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리의 정체'... 그가 왜 이렇게 소리에 민감해졌는지... 부모에게서 자행되는 가정폭력과 그랜드맨션에 나기 시작한 냄새에는 생각지도 못한 충격이 진실이 숨어 있다.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이야기 '304호 여자'는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고 선한 사람도 있지만 남을 괴롭히고 싶어 하는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고 감시하며 곤경에 빠트리려는 악의적인 행동이 어이없으면서도 그나마 좋게 끝나 다행이다 싶은 이야기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허나 그 마음이 순수함을 넘어 다른 양상을 갖게 된다면... 한 사람의 일생이 걸린 중대한 일을 앞두고 자신이 일으킨 돌발적인 행동이 가져 온 엄청난 결과물과 노인연금 부정수급을 다룬 '선의의 제삼자' 우연히 벽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로 알게 된 금고 안의 거금의 실체와 이를 가지고 싶은 욕심이 부른 화를 부른 '시간의 구멍'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뉴스를 통해서 노인들의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이용한 보이스 피싱을 다룬 '그리운 목소리'...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세상에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 주도하여 일을 벌였다는 것이 안타까웠던 이야기다. 평소에 나는 세상에 그 무엇보다도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는 중형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이 아무리 친부모라고 하여도... 맞고 살고 싶지 않기에 아버지에게 도망쳐 엄마에게 갔지만 엄마와 두 언니의 싸늘한 반응과 대응... 세상에 저런 자매, 엄마도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던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의 여로'는 그랜드맨션을 둘러 싼 모든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매일 자신이 사는 앞 건물이 사라졌다는 말을 반복하는 할머니와 그녀의 말에 무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그녀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인물은 그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킨 범인이다.
같은 그랜드맨션에 살기에 7편의 단편 속 인물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들로 등장한다. 혹시하며 생각했던 사실과 맞닥뜨릴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만나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역시 노인인구 증가와 맞물러 재정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는 복지비, 의료비가 문제다. 복지를 내세운 각종 공약남용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세수확보를 둘러싼 사회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며 지금 당장 서민들 아니 흡연자들로부터 쉽게 세금 징수를 하려고 논의 중이다. 조만간 노인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가 있을 것이고 그 곳에서 그랜드맨션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을 섣불리 못한다. 책에 담겨진 이야기가 우리 현실 속 이야기와 너무나 닮아 있어 안타까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내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현대인들... 지금 젊다고 나이 안 먹는 것이 아니기에 노인 분들은 물론이고 내 이웃에 소통하며 관심을 가지고 살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