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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의 새벽편지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4년 6월
평점 :
정호승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정호승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내 안에 갇혀 있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게 된다. 살면서 수시로 생각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는 동아일보에 연재한 칼럼에 새로 쓴 글까지 더해져 총 71편의 산문으로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하나같이 마음을 다독여주는 글에 마음이 푸근해짐을 느끼게 된다. 살면서 남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내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줄 거란 섣부른 생각에 정작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사람에 대한 소홀함,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혈연관계가 아닌 친구는 상처를 주고받으면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시간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가진 의미를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나 친구는 오래두고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한 사람이라도 진실하고 소중히 여기는 신뢰를 가진 친구의 존재는 중요하다. 거리상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애틋하고 속 깊은 친구의 이야기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사람의 신체 중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손꼽으라면 단연 아이의 발이다. -p177-
정호승님은 아들을 얻었을 때 너무나 예뻐 만지고 간지르고 입에 갖다 될 정도로 행복했다. 조그마한 아이의 신발을 보면서 아내와 흐뭇해했을 모습이 저절로 연상이 될 정도로 아들에 대한 사랑이 온전히 느껴진다. 인기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오는 추성훈씨가 딸 사랑이의 말 모양을 떠서 문신으로 새긴 것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는데 그 만큼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 흐뭇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물론 나 역시도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을 낳았을 때 너무나 행복하고 안심이 되었지만 아이가 너무나 작아 혹시라도 다칠까봐 걱정에 한동안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나의 애정 담긴 스킨십을 꺼려 할 정도로 아들이 컸기에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든다.
요즘 우리 군이 참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군대라는 본질은 원래 변화지 않는 것이므로 나 모르게 고생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떠한 고생이든 참고 견뎌내는 방법밖에 없다. 너는 아직 젊어 잘 모르겠지만 인생의 자세는 견딤의 자세이고 인생의 힘 또한 견딤의 힘이다. 내 인생의 인내의 힘이 있다면 그건 군에서 배운 것이다. 군 생활이 힘들다고 해서 다들 견디지 못한다면 누가 분단된 이 불행한 조국을 지킬 수 있겠는가. -p233-
군에 자식을 보낸 아버지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지는 이야기에 공감은 하면서도 얼마 전에 터진 윤일병 사건을 비롯해서 군에서 일어나는 폭행, 성폭력 등에 관한 뉴스로 인해서 군에 자식을 보내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된다. 남자는 자고로 군에 가야 인내심도 생기고 사람이 된다는 말을 어른들이 했을 정도로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군대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윤일병 사건을 비롯해 군에서 터진 사건들을 통해서 군 사법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져서 자식을 군에서 보내는데 부모님들이 불안감을 갖지 않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슬픔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는 박완서 선생님의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늘 가슴에 새기고 기회 있을 때마다 다른 사라에게 전하는 일 또한 잊지 않는다. -p295-
자식과 부모를 잃는 것은 그 어떤 슬픔보다 크다. 저자는 슬픔과 고통을 통해서 예전에 보이지 않는 인생의 길을 보았다고 한다. 맞다. 자식과 부모님을 잃는 슬픔은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내 경우는 아직 부모님이 다 살아계시기에 이런 슬픔을 겪지는 못했다. 헌데 온 국민을 깊은 슬픔에 빠트린 세월호 사고... 세월호 사고를 통해 아직은 어린 자식을 가슴에 묻은 슬픔을 머리로 이해하는 우리들과 달리 가슴으로 고통스러운 당사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다 알까 싶다. 그들이 주장하는 세월호법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하루빨리 조속히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슴을 스며드는 이야기에 너무나 예쁜 그림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을 만나도 즐겁고 행복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사는 게 팍팍하고 힘들다는 말만 자주 듣는다.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해 내 마음이 심란하고 어지러우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힘들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는 게 힘들어 내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행동이나 말을 한 적은 없는지 새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나를 조금씩 내려놓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예전에는 타협하기 힘들었던 일들도 사정이 있으려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내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듯 편안하고 차분하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이야기에 빠져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