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마리아
다니엘라 크리엔 지음, 이유림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책표지부터 무척이나 관능적인데다 "그녀의 모든 사랑은 열여섯에 끝났다'란 다소 충격적인 문구가 새겨진 신작 소설을 만났다. 다니엘라 크리엔란 독일 작가의 데뷔작 '그 여름 마리아'... 도대체 어떤 사랑이기에 열여섯이란 어린 나이에 사랑을 끝났다는 표현을 썼을까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1990년 동독의 시골 마을에 사는 열여섯 살 소녀 마리아는 이 마을의 커다란 농장 두 곳 중 한 곳에 또래의 남자  요하네스의 집에서 살고 있다. 아직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있지만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며 독서를 좋아하고 우수한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제대로 가지 않고 빈둥거리며 요하네스 가족에게 의탁하는 생활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엄마를 만나러 간 마리아는 생각지도 못한 자신과 불과 세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열아홉 살의 여자가 아빠의 아이를 가졌다며 재혼을 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태연한 척 했지만 마리아의 마음은 엄마로 인해 슬프다.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농장으로 돌아가던 중 사고가 발생하고 술주정뱅이로 소문이 난 마흔 살의 헤너란 이웃이 도움을 준다. 헤너는 마리아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그녀를 품에 안는다. 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마리아... 요하네스에게 돌아왔지만 헤너가 몰래 숨겨 둔 쪽지를 보며 마리아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바로 옆 농장이라 언제 들통 날지 모르는데 마리아는 헤너와 점점 더 깊은 관계에 빠지고 만다. 결국에는 사진만을 생각하는 요하네스를 떠나 헤너의 곁에 있고 싶다. 이런 그녀의 열망에 헤너는 당황스럽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대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마리아가 열일곱 살 생일을 맞았기에 스물세 살 차이가 나는 남자의 노련함에 빠져 든 것도 이해가 된다. 통일 전 동독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마리아는 자신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마리아는 헤너가 나타나 그와의 육체관계를 통해 요하네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마리아가 헤너에게 급속도로 빠져든 것은 육체적인 이유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불과 세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 여자와 재혼하려는 아빠의 부재를 헤너를 통해서 어느 정도 위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와의 관계는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세상 사람들 눈에는 분명 이들의 관계는 어긋나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사랑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리아와 헤너가 가진 감정이 무엇인지 느끼고 이해하게 된다. 마리아보다 헤너는 현명하다. 혼자였던 사람만이 가진 고독의 무게를 알기에 마리아에게 가장 좋은 자리가 어디인지 인식하고 그녀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의 선택인지 아님 사고인지는 몰라도 그가 왜 그토록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간다.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마리아와 헤너의 사랑이 육체적인 욕망만을 쫓았던 사랑이 아니란 것에는 동의 한다.

 

다니엘라 크리엔란 작가의 등장이 반갑다. 타우누스 시리즈로 알게 된 넬리 노이하우스와 함께 앞으로 기억하고 있어야 할 독일작가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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