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변주곡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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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옷이 젖듯 서서히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에세이 '밤 열한 시'의 저자 황경신 작가님의 신작에세이 '반짝반짝 변주곡'이 나왔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일상의 이야기가 담담하고 잔잔하게 펼쳐져 내내 마음을 흔든다.

 

저자의 글에 의하면 '반짝반짝 변주곡'은 2008년에 출간된 '밀리언 달러 초콜릿'의 개정판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헌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이 쓴 추가할 글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아져 개정판이 아니라 새로운 글에 옛글이 약한 더해진 책이라고 책의 뒷장에서 밝히고 있다.

 

이야기의 구성은 'ㄱ'에서 시작해서 'ㅎ'으로 끝나는 자음으로 붙어진 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은 사랑, 연애, 이별, 슬픔, 기쁨 등의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 하나하나 사연을 갖고 있고 마치 나에게 소곤거리며 이야기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늦은 밤 처음부터 차근차근 한줄 한줄 천천히 읽어도 좋고 마음에 드는 제목이나 끌리는 글을 찾아 읽어도 된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게 되면,

여자는 남자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아버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다르게 말한다.

나는 그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글에 매료되어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 깊게 느껴지거나 공감이 가는 글이 꽤 있었다. '감옥'이란 글은 연애를 하는 여자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연애를 해 본 사람이 누구나 한 번쯤 느끼게 되는 감정이 있다. 사랑하고 행복하지만 어느 순간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중적인 감정... 남자의 오랜 친구인 저자가 남자의 여자 친구와 알게 되어 셋이 곧잘 어울린다. 헌데 두 사람이 헤어지자 여자와 만난다는 것이 어색해진다. 1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만난 여자의 말에 나도 모르게 예전에 내가 연애할 때 한 번씩 느낀 감정이라 놀랐다.

 

쉽게 상처받는,

쉽게 절망하는, 쉽게 눈물 흘리는,

쉽게 행복해지는,

유리로 만든 구슬처럼 불안하고 위험한,

그러나 반짝반짝 빛나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바로 지금 이 순간.

 

요즘 연애에 관한 프로그램을 많아진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 재밌어서 한 번씩 종종 보는 '마녀사냥'도 있고 '로맨스가 필요해'인가 하는 프로그램도 한두 번 본 기억이 있다. 만남과 헤어짐이 너무나 쉬어진 요즘이지만 여전히 연애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낸 독자 중에는 선택장애, 예스맨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자와 패널조차도 답답하게 느끼는 이들의 이야기... '아무것도 거절 못하는 사람'에 나오는 여자를 보며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허덕거리는 생활이야기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내 여동생과 같아 마음이 살짝 아프기도 했다.

 

이런 아르바이트도 있나 싶었던 '새빨간 거짓말'에 나오는 거짓말에 대한 연구이야기다. 사기가 농후해 보이는 아르바이트... 남자는 진짜 거짓말 연구를 믿은 것은 아니지만 온통 거짓말에 둘러싸인 세상이 더 안심되게 다가왔다니.. 왠지 씁쓸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아버린 여자의 초콜릿처럼 달콤함을 가진 이야기도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다. 서로 다른 연애방식을 경험한 후에 만난 친구의 이야기.. 두 사람은 사랑하고 받고 싶으며 행복해지고 싶어 사랑을 찾아 헤매지만 정답은 없다는 것... 각자의 방식대로 연애하고 사랑하며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야기마다 마음을 흔드는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한다. 쓸쓸하고 허전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도 있고 다행이다 내가 아니라서.. 이런 느낌을 받는 이야기도 있다. 맞아하며 맞장구를 치게 하는 이야기도 있고 저런가? 난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도 있으며 왜 저럴까 사랑이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도 있다. 너무나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황경신 작가만의 색깔로 잘 풀어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담담하고 차분하게 어깨를 톡톡 치며 그래도 용기를 잃지 말라는 위로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에 빠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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