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기담집

도쿄 기담집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사랑스러운 분홍색의 '도쿄기담집'... 오래간만에 읽는 하루키의 단편집인데 흔치 않지만 한두 편은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단편이다.

처음 이야기인 '우연한 여행자'는 다른 단편과 달리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이야기를 잠시 들려주는 부분이 앞에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 카페를 오랫동안 운영했고 그로인해 재즈에 대한 남다른 이해, 지식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의 재즈와 얽힌 이야기 뒤에 지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가 소설로 나온다. 내용은 성적 정체성을 알게 된 남자의 이야기다. 피아노 조율사로 지내는 남자는 게이로 매주 같은 요일에 북카페를 찾는다. 어느 날 같은 책을 보고 있는 것이 인연이 되어 이야기를 나눈 그와 여자...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 동안 멀리했던 인물에게 연락을 취한다.

'하나레이 해변'... 온 국민에게 깊은 슬픔에 빠트린 세월호 사건이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항이다. 아직은 어린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님의 심정이 얼마나 아플지 능히 짐작이 간다. 두 번째 이야기도 서핑을 즐긴 아들이 상어에게 다리를 물려 익사로 세상을 떠난 여인의 이야기다. 해마다 아들이 머문 호텔과 바다를 찾는 여인과 서핑을 즐기기 위해 일본에서 온  두 명의 대학생과의 인연을 다루고 있다.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는 몸이 안 좋은 시어머님을 보러 간 남편이 갑자기 사라진 이야기다. 26층에 사는 부부와 24층에 사는 시어머니님 집 사이에서 어디로 사라졌는지... 여자의 의뢰를 받은 나는 여자의 남편이 사라진 엘리베이터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은 아버지에게 들은 세 명의 여성에 대해 남다른 집착증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마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끝난 첫사랑과 달리 두 번째 사랑은 연상에 자꾸만 끌리는 여성이다. 자신에 대해 수수께끼 풀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 여자에게 자신이 구상하는 소설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 '시나가와 원숭이'는 한 번씩 자신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여자가 일 년 전부터 완전히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자신과 관련된 다른 것은 다 기억이 나지만 이상하게 이름만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과거에 자신과 특별히 연관이 없는 한 학생의 자살과...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이 섬뜩한 기담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안타까움, 애절함, 연민 등의 감정이 느껴지는 단편들이다.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내가 직접 겪지 않으면 믿기 힘들기에... 본인이 겪어도 믿기 힘들 때가 일이 있긴하다. 도쿄기담집에서도 현실에서도 흔치 않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 쉽고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이야기가 재미가 있고 여름과 잘 어울리는 참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