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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프랑크 틸리에 지음, 박민정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7월
평점 :
밀실이란 공간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 영화 등은 종종 있었다. 숲 속 외딴 집, 건물 등 어디에 있던 밀실이란 공간이 가진 무서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 또 다른 밀실이 등장한다. 프랑스의 밀리언셀러 작가인 프랑크 틸리에의 '현기증'의 밀실공간은 어두컴컴한 지하 동굴... 두 남자는 손과 발에 족쇄가 채어져 있고 한 남자의 얼굴에는 철가면이 쓰여 있다.
평온하게 잠든 다음날 아무 이유도 모른 체 어두운 동굴에서 눈을 뜬 조나탕...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떠올리며 무서운 불안감에 휩싸인다. 다행히 그의 곁에는 개 포카라가 함께 있다. 동굴 탐색을 통해 비슷한 또래의 철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와 자신처럼 족쇄가 달려 있는 스무 살의 아랍 청년을 만나게 된다. 세 사람은 누군가의 의해 어두운 지하동굴에 옮겨진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기에 그들이 느끼는 공포는 상상이다.
거짓말쟁이, 도둑, 살인자가 누구인지 가리키는 글과 그들이 처한 상항에 대한 경고문... 세 사람은 무엇 때문에 자신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극한 상항에서 서서히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게 된다.
인간이란 게 우습다. 이런저런 희망을 포기해도 굶주림에 대한 고통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난폭하게 변화하는 조나탕의 개 포카라.. 개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으려는 사람이 생기고 결국 개, 사람 둘 다는 살기 위해 필사적이다.
탈출할 방법을 찾는 와중에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세 사람이 얽힌 관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포카라가 개가 아닌 늑대에 더 가까워진 사연부터 시작해서 아랍청년, 철가면의 남자, 그리고 조나탕까지... 밀폐된 공간이 가진 힘에 의해 그들이 쏟아내는 진실은 오히려 더 무섭고 두렵다.
스토리의 속도감이 좋은 쫄깃한 맛이 느껴지는 스릴러 소설이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존재하기 보다는 서로의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진실이 마음속에 묻어두고 절대 다른 사람에게 밝히고 싶지 않는 죄의식이 가져오는 엄청난 비극에 허탈감 마저 든다.
책도 책이지만 영화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비슷한 밀폐 공간을 다룬 영화가 있지만 스토리가 가진 힘이 좋기에 영상으로 만나면 한여름의 더위를 물리칠 수 있는 서늘함이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