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 NFF (New Face of Fiction)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지음, 이경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현대 러시아 문단을 대표하는 할머니 작가인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는 '이야기의 마녀'란 평을 듣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작가라고 한다.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를 저자를 처음으로 알았을 정도로 그녀의 이름이 무척이나 생소하고 낯설다. 책은 슬라브 우화, 진혼곡, 옛날이야기를 제목으로 총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섬뜩하면서도 몽환적이고 애잔하고 쓸쓸한 복잡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단편소설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사람이란 게 참 알다가도 모를 존재다. 첫 번째 이야기 '복수'에서는 남이지만 친자매처럼 지내던 두 여자의 이야기다. 큰언니처럼 의지하며 지난 언니가 자신의 딸을 싫어하고 아무도 모르게 괴롭히는 것을 넘어 죽이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을 배신감은 상상이상이라 여겨진다.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던 날 아이를 낳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그만... 아이를 죽이려던 여자는 온 몸을 관통하는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아이 엄마는 그녀를 보면서 싸늘한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서로에게 비긴 게임... 자신이 못 가진 아이를 가졌다고 동생 같은 여자의 질투심을 느끼고 그녀의 아이를 죽이고 싶어 하는 심정은 무엇인지...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면서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 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단편소설이다.

 

'인생의 그림자'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마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여자가 있다. 그녀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며 사라진 엄마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직장 해고를 당해 모스크바로 진실을 쟁취하기 위해 떠났으며 지금은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부모님과 상관없이 예쁘고 바르게 자란 여자.. 허나 그녀는 유부남과 사귀고 남자의 아내에게 엄청난 이야기를 듣고 엄마의 유품인 귀걸이를 맡기고 검사를 받는다. 슬픈 마음을 안고 할머니에게 돌아왔지만 십대 불량배들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낯선 노인의 도움을 받게 되고 노인이 자신의 엄마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돌아온 여자... 할머니를 통해 엄마의 유품이며 자신이 남에게 건넨 귀걸이와 작은 성화를 받는데...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위험에 처한 딸을 두고 볼 수 없어 엄마가 나타난 것인지... 아님 여자가 위험에 처하자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 낸 환상인지... 그것이 무엇이었든 여자가 엄마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 '니나 카마로바'... 충분히 현실 속에서 일어날만한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엄마는 아들에게 어린 여동생을 잘 데리고 놀라고 말한다. 허나 신나게 노는 동안 동생은 사라지고 만다. 어린 여동생은 숲에서 헤매다 낯선 남녀에게 구조되어 보육 시설에 맡겨진다. 시간이 흘러 청소년이 된 소녀는 자신이 길을 잃은 숲으로 다시 가는데...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는 그 슬픔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산다. 오빠 역시 자신의 잘못으로 여동생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난 후 그 마음이 어떠했을지... 다시 만난 가족... 그들은 스스로의 마음속에 가졌던 짊을 내려 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뚱뚱한 아가씨가 마법사로 인해 생긴 두 시간의 비밀, 불량한 생활을 하던 아들의 자살과 이런 아들에 대한 엄마의 속마음과 죄책감, 죽은 딸을 살리고 싶은 남자는 살아 있는 심장을 자신이 먹는 이야기 등등 하나같이 단편소설 속의 이야기는 음침하고 섬뜩하고 기괴하고 어두우며 독특하다. 한 이야기를 읽으면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침하지만 재미나 몰입도가 좋다. 이야기의 마녀란 평가를 괜히 받은 게 아니란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작품이다.

 

혼자 있는 밤에 읽으면 등골이 오싹함을 느껴질 정도로 무섭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 열대야로 밤에 무척이나 더워 힘들었는데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작가님 덕분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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