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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강희진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유령'으로 제7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강희진씨가 3년이란 시간을 분투 끝에 신작 소설 '이신'을 발표했다. 솔직히 유령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탈북자 청년이 가진 정신적 고통과 현실적 어려움을 잘 표현한 작품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에 저자의 작품에 가졌는데 신작소설 '이신'을 먼저 읽게 되었다.
시대에 흐름의 따라 역사 속 인물들이 재평가 된다. 특히나 조선왕조 500년 속 임금 중 개인적으로 가장 불운한 왕이라고 생각한 인물이 있다. 그는 시대가 낳은 불운한 왕 '광해군'... 정통을 따지는 조선시대에 서자이며 차남으로 자신의 형제를 죽이고 후금과 명 사이에서의 중립외교와 인목대비를 폐모시키고 영창대군을 죽인 것은 인조반정의 명분이 되어 폐위되고 만 왕이다. '이신'은 광해군을 호위하던 내금위장의 아들인 '이신'이 병자호란으로 그의 아버지가 바라던 삶이 아닌 청나라의 왕을 모시는 인물로 칙사로 조선에 돌아온다.
인조와 서인으로 인해 발생한 병자호란으로 이신은 물론이고 수많은 백성... 특히나 여성들의 엄청난 희생을 치르게 된다. 그 여인들 속에는 이신의 아내인 선화와 그의 딸이 있다. 이신 역시 서자라 선화를 아내로 맡기 힘들었지만 시대가 그와 선화를 부부로 맺어준다. 허나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고 칙사로 고국으로 돌아 온 이신은 어딘가 살아있을 거라 믿는 아내와 딸을 백방으로 찾기 위해 노력한다. 헌데 그렇게 그리던 아내를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스치듯 보게 된다.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인물의 집근처에서... 여기에 알 수 없는 자객 두 명은 또 누구인지...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른다. 누구 무슨 목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는지... 이 살인사건은 이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아내 선화의 오빠가 깊이 관련되어 있으며 그들의 목표는 하나다. 여기에 인조임금 역시 자신을 옥조아 오는 손길에 대한 방어책을 마련하지만...
이신이란 인물이 가진 고뇌와 아픔, 자신을 믿는 왕에 대한 신의와 조선인으로 살기를 포기한 사연 등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다. 무엇보다 연약한 여자들이 겪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무척이나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기득권 권력층에 속해 있으면서 사대부란 이름만을 앞세워 자신들의 아내, 딸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이해하고 용서하기 보다는 내치거나 죽음으로 몰고 가는 상황들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
이신을 버티게 한 의미가 없어지자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담고 있는 한 가지 일을 결행에 옮기게 된다. 이신이란 인물과 시대가 가진 아픔, 여인들의 슬픔이 잘 묻어난 작품으로 마치 한 편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란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다.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한 인물들로 인해 고통은 항상 백성들의 몫이다. 역사적 비극을 불러 온 인물들의 책임은 흐지부지 사라지고 백성들의 고통만 남았을 뿐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함에도 현재 우리 정치는...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신이란 인물을 통해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였고 그 시대가 가진 아픔, 슬픔, 고통 등을 온전히 느끼며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