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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2014 서점 대상 2위 수상작 ㅣ 오늘의 일본문학 13
기자라 이즈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제목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음식과 관련된 소설들이 꽤 나오고 있어 이 책도 음식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라 더 흥미롭게 읽었다.
7년 전 죽은 남자와 그의 아내, 아버지, 어머니. 친구 등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읽을수록 잔잔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에 저절로 연작소설에 빠져들게 된다.
7년 전... 2년이란 그리 길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한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떠났지만 그의 아내 데쓰코는 여전히 시아버지와 마당에 은행나무가 있는 단층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데쓰코에게는 이와이란 애인이 있다. 이와이는 결혼을 꿈꾸지만 데쓰코는 새로운 사람으로 기존의 생활에 변화를 가지고 싶지 않다. 데쓰코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의 애인 이와이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솔직하지 못한 여학생에게 엄청난 금액의 돈을 빌려 준 것을 데쓰코는 알게 된다. 이와이의 통 큰 마음이 그 학생을 구하는 마법의 카드로 작용한다. 젊은 여인... 아니 사기꾼인 여성의 눈물에 필요치 않은 물건을 사게 된 데쓰코의 시아버지 렌타로... 일명 시부... 그는 물건을 데쓰코와 살고 있는 집이 아닌 이와이의 집으로 배달되게 해 놓는다. 가즈키가 하늘나라에 올라 별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가 차에 달고다닌 눈사람 인형을 가지고 비행하는 이웃집 친구 다카라, 자신에게 힘이 부치는 등산을 떠난 시부의 이야기, 항상 인기 많은 카즈키가 전혀 의외의 여성 데쓰코와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그의 사촌 도라오가 탐을 낸 카즈키의 오래된 자동차, 시부의 아내인 유코가 남편과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마당에 있는 멋들어진 은행나무가 있는 집에 살게 된 이야기, 애인 데쓰코의 시아버지 시부가 갑자기 찾아와 당황한 이와이... 함께 살고 있지만 일기예보관이란 직업 특성과 며느리 데쓰코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시부의 고백과 사기꾼 여인과 얽히게 된 이야기, 마지막으로 죽은 가즈키가 엄마 유코의 심부름으로 빵을 사러 나갔다가 자신의 우산에 뛰어든 한 소녀와의 만남... 어젯밤에 카레를 먹었다는 소녀의 이야기와 자신의 품에 안은 빵이 생명체가 있는 존재로 느끼진다. 카즈키의 마음에 간직된 이 이야기는 사실 그의 아내 데쓰코와의 만남과 관련이 있다. 이야기들은 삶과 죽음, 슬픔과 기쁨, 행복이란 감정이 함께 공존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에도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생활로 서서히 슬픔을 극복해 가는 이야기가 거북하지 않고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은 분명 음식 이름이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과 인연을 제목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일 매일의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들... 그 행복이 사람들의 아픔, 슬픔을 이겨내게 하고 새로운 하루를 꿈꾸게 만든다.
책을 읽다보니 카레와 빵이 급 당긴다. 오늘 저녁 메뉴는 카레였기에 내일 아침에 먹을 식빵을 사러 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