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화

몽환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이런저런 수식어가 붙어도 여전히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 나왔다. '몽환화'... 제목과 표지를 보며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꽃이란 이미지가 떠오른다. 역시나 믿고 보아도 좋은 작가란 생각은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다수를 향한 이유 없는 범죄...  '몽환화'의 처음은 묻지마 범죄를 시작으로 전개된다. 낯선 남자의 출현으로 한 가정의 아침은 완전히 변하고 만다. 남자가 휘두른 칼에 남자이자 아버지는 먼저 죽게 되고 이 광경을 본 엄마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딸을 끌어안는다.

나팔꽃 시장을 둘러보는 한 소년... 소타의 눈에 나이차 많은 형만을 편애하는 아버지와 형의 모습이 불편하다. 여기에 우연히 만난 한 소녀에게 느끼는 풋사랑 같은 감정을 담은 짧은 인연이 아버지로 인해 끊어졌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가족에게서 멀어지고 싶을 뿐이다.

사촌의 갑작스런 자살과 그로인해 힘들어 하는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손녀딸 리노... 그녀는 우연히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제일 먼저 발견하는 당사자가 되고 만다. 충격이 컸기에 처음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할아버지가 발견한 의문의 꽃... 살아생전에 세상에 밝히기를 꺼려했던 꽃을 블로그에 올리자마자 한 남자가 연락을 해온다. 그이 이름은 요스케... 바로 소타의 형이다.

참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단순한 강도 사건으로 묻힐 수 있었던 할아버지 살해사건의 비밀 안에서 만나게 된다. 자신의 잘못으로 떨어져 살게 된 아들을 곤란한 상황에서 도와 준 리노의 할아버지와 담당 형사와의 인연은 물론이고 풋사랑의 쓰라린 경험을 가진 대학생 소타는 아버지의 제사로 인해 고향집을 찾았다가 요스케에게 연락을 취한 리노와 만나 이 사건이 가진 비밀을 함께 풀어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풋사랑 소녀와의 생각지도 못한 재회가 기다리고 있다.

잡자마자 단숨에 읽었을 정도로 책이 가진 흡입력이나 스토리의 재미는 뛰어나다.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흥미롭고 처음에 나온 묻지마 범죄가 이 사건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뛰어난 두 가문이 숙명처럼 받아들인 임무는 좋은 것만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고 싶어 하는 요즘 세태와는 달라 무척이나 흥미롭다.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소타가 말했다. "그냥 내버려둬서 사라진다면 그대로 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해. 그게 나라도 괜찮지 않겠어?"           -p420-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꽃... 몽환화...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나팔꽃이 되었지만 노란색을 가진 나팔꽃은 어떤 모습일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10년이란 시간을 정성들여 완성 했을 정도로 애정을 미스터리 사회파 소설이 가진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