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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서태옥 글.사진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인생의 정오는 언제일까? 100세 시대란 말이 있어 50세가 정오인지 아님 내가 생각하는 80이란 나이를 기준으로 40을 정오로 보아야할지 잠시 고민하게 된다. 어느 나이를 생각해도 세상 사람들이 중년이라고 불리는 나이에 속해 있다. 중년에 이르러 자신의 인생을 한 번 돌아보는 시간... 생각할수록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는 아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 한 장과 짧은 글... 소소하지만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4-5월은 유달리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만해도 이번에는 서너 개의 청첩장을 받았다. 나 역시 마음 대신 지폐를 넣어 전달하는 것으로 끝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공감한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빛나는 시간 중 하나인 결혼식... 그 날이 더욱 빛나는 친구의 결혼식이 지난 토요일이 있었다. 친구는 이혼하고 혼자 10년을 딸 둘을 키우며 살다가 같은 나이의 총각과 결혼하는 친구의 결혼을 결심했다. 창피하고 부끄러워 결혼식을 생략하고 싶었던 친구는 시어머니의 마음 때문에 식을 올리기로 했다. 친구들과 함께 신부대기실을 찾았을 때 신부는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가뜩이나 친구가 별로 없어 우리들이 안 오면 너무나 썰렁할 거 같았다면서 와주어 너무나 고맙다며 살짝 마음을 보인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이젠 좋은 사람 만났으니 행복하기만을...

솔직히 난 아버지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 딸이었다. 저자처럼 용돈을 주머니에 찔러 주신 적도 없었고 힘들게 일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버지가 싫어진 적도 있었다. 다른 아버지처럼 살갑지도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았던 아버지... 시간이 흐르고 세상살이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제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두 분이서 잘 지내시는 모습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는 다른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들어간 커피란 글을 보면서 이 말은 음식에 더 적합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난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일본 영화를 통해 진짜 맛있는 커피에 대해 알았다고 하니 이제부터라도 커피 한 잔을 대접하더라도 정성과 마음을 담아 커피를 타야겠다. 이외에도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았다.
하나같이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감성을 자극한다. 읽다보면 유달리 마음을 잡아끄는 글에는 시선이 머물고 잠시 나를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통해 일상이 주는 소소하지만 귀중한 시간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