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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 일상처럼 생생하고, 소설처럼 흥미로운 500일 세계체류기!
정태현 지음, 양은혜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제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자신은 큰마음을 먹고 여행길에 오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하루라니... 분명 같은 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 느낌은 많이 다르다.
평소에 여행에 대한 갈증과 열망이 크기에 여행에세이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많이 간다. 요 며칠 본의 아니게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하는 '꽃보다 할배'를 보게 되었다. 평균나이 일흔을 넘는 할배들의 여행기... 분명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할 여행이다. 신구 할배는 여행을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외국어에 능통한 믿음직한 짐꾼 이서진씨가 있지만 할배들의 여행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나이의 여행으로 그것도 자유여행이기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책은 서두부터 남다른 인연을 들려준다. 네팔 안나푸르나에 오르기까지 30년이나 걸린 슬픈 표정을 짓는 할아버지의 사연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비슷하게 살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의 꿈보다는 자식과 아내를 위해 꿈을 접고 살아야 하는 현실의 모습... 아직은 젊지만 갑자기 내 옆지기의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졌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기는 쉽지 않다. 좋은 회사에 다니며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던 주인공이 과감히 직장을 접고 캐나다인 아내와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아내의 고향인 캐나다의 입국부터 쉽지 않다. 외국인에 편도만 끊었다는 이유만으로 입국단계부터 곤란한 상황에 빠진 주인공... 다행히 잘 마무리 된다.
그동안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대한 책을 꽤 읽었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안 보였는지... 아님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뉴욕 자연사박물관은 기부 입장이다. 단돈 40센트를 아끼기 위해 바삐 움직이던 저자와 달리 순진한 아내는 5달러에 표를 구입한 이야기, 볼리비아 죽음의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투어, 채식주의자와의 흥미로운 대화, 자국여자인줄 안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느낀 무서움, 공부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내와 헤어져 혼자서 여행길에 오른 이야기 등등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는 흥미롭다.
500일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여행기간이다. 저자 역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많은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여행을 통해 분명 많은 것을 느꼈을 테지만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감... 충분히 공감이 된다. 저자는 이젠 여행을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여행길에 오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든다.
저자의 여행기가 특별하기에 저절로 여행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로 떠난 여행이야기에 매료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