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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실록
이성규 지음 / 여운(주)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조선왕조 500년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은 왕권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주를 차지한다. 지금 TV이를 통해서 가장 재밌는 정통사극으로 꼽히고 있는 '정도전'도 그렇고 사극픽션이라고 말하고 '기황후'도 음모와 배신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두 작품 뿐만아니라 그 이전에 봐왔던 사극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조선시대를 과학사로 풀어낸다니...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는 학창시절에 배운 기억을 떠올려 보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과학과 연관이 되어 있을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주제라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 조선시대이기에 가질 수 있었던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재밌게 다가온다.
보거나 듣지 못했던 짐승이 나타나면 무서울 거 같다. 지금 세계 곳곳에는 내가 모르는 동식물이 무척이나 많을 것이다. 영조 23년에 얼룩말 또는 '맥'이란 괴수가 나타난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선의 동물은 앞발, 뒷발을 합쳐도 4개를 가지고 있다. 앞발이 4개, 뒷발이 3개인 맥이란 동물도 난생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맥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전혀 다른 특징도 눈에 띈다. 상상 속 동물 '린'에 짝 없는 짐승이 없다는 수컷을 가리키는 '기'가 합쳐진 '기린'도 나타난다. 기린의 등장으로 명나라의 3대 황제 영락제의 기존의 폭군이란 이미지에서 성군으로 칭송 받기도 했다.
부부간의 금슬을 좋게 만들고 마을을 수호한다는 황새가 편을 갈라 불꽃 튀는 치열한 패싸움이 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런 일은 곧 안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처럼 보이는데 인조의 정비 인혈왕후가 출산 중 뱃속 자식과 함께 죽음을 맞는다. 문상 중 칭기즈칸의 후계자의 말도 안 되는 요구로 인해 조선과 후금이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청나라와의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동물끼리 서로 죽이는 치열한 싸움이 보고된다. 전쟁이 일어날 것을 동물들이 먼저 알고 동족을 죽인 것은 아닌지.. 더불어 우리가 사자에 대해 알고 있던 생각이 틀렸음을 알려주고 인조 때 있었던 개구리의 싸움은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의 죽음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
일본인들에 의해 자행된 창경궁 동물 학살 사건은 우리나라의 아픔 역사적 사실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효를 증명하거나 인정받는 수단이 '단지'라니... 단지란 말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그 피를 먹게 하는 행위란 것을 예전에 얼핏 들긴 했는데 잊어 먹고 있다가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다니... 1년이란 너무나 짧은 왕의 자리에 있었던 인조를 살리기 위해 인조의 아내 인성왕후가 단지를 이용하려다 영의정을 비롯한 대신들이 말리는 바람에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이로 인해 인조가 죽은 것은 아니지만 조선시대에 암암리에 단지로 인해 사람들이 다시 살아났다는 기록이 있고 자신의 살을 베어 가족에게 먹인 일도 있었다니... 아주 어릴 적 TV 프로그램 '전설의 고향'에서 보았던 일이 실제로 존재했다니 새삼 놀라게 된다. 현대 의학으로 볼 때 전혀 올바르지 못하고 효과도 없는 행동으로 효의 잣대를 삼았다니 그 시기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고마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납이나 구리 같은 값이 싼 금속을 금이나 은으로 만들 수 있는 진짜 연금술이 가능하다면 금값이 많이 떨어졌을까 싶은 생각도 살짝 든다. 명나라와의 관계로 인한 세종대왕의 스트레스를 갖게 한 '해동청'이란 매와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롭다. 세종대왕님의 이미지와 사뭇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데 태종임금과 함께 조선 최고의 매사냥꾼이라니... 임금이란 자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취미 생활이셨다니 한 나라의 임금님으로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놀이가 정말 많지 않으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서 조선시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흥미롭다.
이제껏 몰랐던 조선과학사에 대해 알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왜 이런 내용은 학창시절에는 배울 수 없었는지... 모든 역사를 다 알 수는 없더라도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가 국사책에 곁들여진다면 조금은 더 재밌게 국사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역사를 통해 과학을 배우고 과학을 통해 역사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