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먼 올빼미
사데크 헤다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5월
평점 :
삶 에 는 서 서 히 고 독 한 혼을 갉아먹는 궤양 같은 오랜 상처가 있다. -p17-
프란츠 카프카에 버금가는 천재 작가라는 평을 듣는다는 이란 현대문학의 거장 사데크 헤다야트... 솔직히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은 읽어보았고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사데크 헤다야트란 작가는 완전히 생소하다. 아무래도 그동안 접하기 힘든 이란 작가란 것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했겠지만 어디선가 한 번쯤 이름 정도는 나왔을 법한데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엄청난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라 내심 많이 기대감을 안고 '눈먼 올빼미'를 읽었다.
솔직히 책을 읽고 난 나의 느낌은 어렵다.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책의 처음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풀어 놓으며 어느 정도 이해를 돕고 있고 4분의 1정도 뒷부분에 다른 문인들이 써 놓은 글을 보면서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을 받게 된다.
더불어 살고 있지만 삶은 결국 혼자만의 마라톤과 같다. 끊임없이 달려가는 인생길에서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사랑을 나누고 함께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설령 아무와도 함께하지 못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도 본인의 결정이다.
아편과 마약의 힘을 빌려 고독하게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다. 필통에 그림을 그리며 숙부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활을 해나가던 그... 어느 날 숙부의 방문을 받고 그가 태어날 때 기념으로 담은 잊고 있었던 포도주를 꺼내려던 순간 환기구를 통해 밖에 서 있는 한 여인을 보게 된다. 사이프러스 나무 아래 앉아 있는 노인과 젊은 여성... 남자는 그녀를 보는 순간 천사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단번에 그녀의 커다란 눈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녀에 대한 생각을 지우지 못한 남자는 점점 술과 아편에 의지해 가던 어느 날 산책 후 집에 돌아오다가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그녀를 보게 된다. 그녀를 자신의 집에 들어오게 하고 그녀가 자신의 침대에 눕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남자... 그의 침대에 누워 그녀는 죽음을 맞는다. 그녀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 그는 흔히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행동을 한다. 아무도 모르게 그녀를 묻으려는 남자... 운구마차를 끄는 늙은 마부의 도움으로 남자는 여자를 공동묘지에 묻는다.
남자는 아내를 매음녀라 부르면서도 그녀의 사랑을 갈구한다. 그녀에게 내쳐질수록 남자는 더욱더 고립되고 자신만의 성을 쌓으며 날로 황폐해져만 간다. 망가진 일상이 이어지며 더 이상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자는 순간순간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이 가까이 와 있는 순간... 어느 날 남자는 아내를 방문하고 그는 몸싸움 중에 아내를 칼로 찌른다.
고독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영혼을 병들게 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진 깊은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렵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중 특히나 두 번째 이야기는 '이란'이란 나라가 가진 오래 전 사회모습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기는 하다. 첫 눈에 반한 쌍둥이 형의 여자.. 형수에게 동생도 반하고 당연히 형의 여자인데 두 사람 중 누구와 사느냐는 광 속에 갇혀 코브라의 결정에 따른다니... 생각할수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사데크 헤다야트는 48살의 나이에 파리의 아파트에서 가스 사고로 자살을 선택한다. 이 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도 외로움이, 고독이 그를 자살로 몰아간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아직은 중동지역의 책을 이해하고 읽기에는 내 역량이 많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 책이다.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두꺼운 다른 책보다 더 무게감이 느껴지는 초현실적인 이야기...
여러 번 곱씹으며 읽을수록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하니 텀을 두고 한 번씩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