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오랜 시간 호젓하게 걸어도 절대 외롭지 않다. 오히려 떼를 지어 걷다가 뼈저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고독만큼 함께하기 좋은 동반자는 본 적이 없다."    -p36-

 

벚꽃,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의 봄꽃이 예전보다 일찍 꽃잎을 터트려 만개해 있다. 겨울내둥 집안에 콕  처박혀 지내다가 봄이 되어 봄꽃이 핀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밖으로 자꾸만 나가고 싶어진다. 춥다고 움츠리고 덜 움직이던 몸을 눈이 호강한다고 갑자기 무리해 운동을 하면 여기저기 고장 나기 쉽다.

 

평소에 특별히 운동을 하고 있지 않는데다 게으름도 있어 나에게 좋은 운동은 걷기다. 하루에 일정 시간을 정해 놓고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하면 정말 좋은데 귀차니즘과 게으름으로 인해 하루에 30분 걷기도 지나칠 때가 많다. 친한 동생과 만나면 평소에 못 다한 운동을 한다는 심정으로 무리하게 많이 걷곤 한다. 헌데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두세 시간을 걸으면 몸도 피곤하고 무릎 등 소소하게 무리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힘들다. 올바른 걷기는 무엇이고 걷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걷기 예찬을 쏟아 놓은 책 '느리게 걷는 즐거움' 단순히 걷기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의 깊이를 넓힐 수 있는 인생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걷기 예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만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루소, 랭보, 다윈, 조르주 샬러, 피터 마티센을 비롯한 알고 있는 문학인은 물론이고 박물학자, 여행 작가 등 다소 생소한 이름의 사람들이 여성, 남성 구분 없이 들려주는 걷기에 대한 애정, 열정이 이야기라 걷기가 주는 즐거움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나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했던 두 번의 걷기 여행은 인상적이다. 이스탄불에서 시작해서 중국 시안까지 12,000킬로미터의 실크로드를 4년의 긴 걷기 여행을 계획하고 떠난다. 4년이란 기간도 놀라웠지만 12,000킬로미터란 길이가 주는 엄청남에 다시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계획한대로 순순히 풀리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겠지만 그의 걷기 여행도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 다른 곳보다 터키에서의 위험은 그의 목숨과 걷기 여행 자체를 그만두어야 할 정도로 위험스러웠다. 낯선 사내들에 의한 강도 미수 사건에 마을 사람들의 습격 사건, 또 다른 강탈 사건과 이질까지 걸리며 파리에서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비행 청소년들을 사회관계 회복을 목적으로 함께 걷기 운동을 하게 된 이야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 범죄를 생각할 때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크로드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십 년 만에 다시 걷기 여행을 한다. 걷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예전에 일어난 사고로 인해서 조금은 불편해진 몸을 이끌고 칠순이란 나이에 나선 걷기 여행... 나이로 몸도 쇠약해지고 체력, 건강 면에서 완전하지 않았기에 힘들었지만 난관들을 이겨내며 무사히 여행을 마친다.

 

느리고 천천히 걷는 것에서 찾게 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지금은 게으름에 덜 걷고 있지만 한창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할 때가 있었다. 매일 같은 장소 같은 곳을 걷다보면 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같은 장소지만 문득 새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같은 곳이 지겨워지면 전혀 낯선 장소를 걸을 때도 있다. 요즘처럼 걷기 운동하기 좋은 둘레길이 가까운 곳에 잘 조성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된다. 둘레길도 좋은데 제주도 올레길이 생겼을 때 세 번 정도 여동생과 두 번 나 혼자 한 번 걷기 위해 갔던 적도 있다. 제가 걸은 총 올레길이 그리 길지 않은데다 이제는 새로운 올레길까지 생겨 조만간 시간을 내어 올레길을 걸어보고 싶다.

 

다양한 걷기에 대한 이야기는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봄꽃도 완연한 지금... 향긋한 향기 맡으며 당장 내일부터라도 다시 걷기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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