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다 sex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무라카미 류의 작품을 몇 권 읽어보지 못했다. 평소에 좋아하는 소설책도 거의 못 읽었는데 에세이는 '자살보다 SEX'가 처음이다. 자살, SEX 두 단어가 가진 강렬함도 놀라운데 책 안에 담고 있는 무라카미 류의 솔직함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자살보다 SEX'는 예전에 나온 연애 에세이로 이번에 11년 만에 재출간된 작품이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된 사실이다. 무라카미 류가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생각과 연애, 자유로운 사고방식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2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 책에서 처음 파트에서는 상당부분 '모든 남자는 소모품이다'에 실었던 글이 아주 많다. 모든 남자는 소모품이다와 같은 제목으로 쓰여진 글을 읽다보면 이별을 앞에 둔 여자가 울고 있는 와중에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에 그녀의 남자친구는 물론이고 저자 역시 황당함을 느낀다. 더불어 저자가 예를 들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실 나는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전쟁에서 남편을 잃을 수 있다. 허나 남편을 잃었다고 곧장 새로운 남자에게 안긴다는 표현은... 글쎄... 여자 나름이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표현을 거침없이 하는 작가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작품 속에서도 대담한 성 묘사는 이제는 충격적인 일도 아니다. 허나 그것이 소설일 때는 그럴 수 있어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자살보다 SEX'와 같이 저자 무라카미 류가 쏟아내고 있는 이야기는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저자의 이미지와 상당히 거리가 있어 놀랍고 당혹스럽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녀 관계는 대부분 남자가 나이가 더 많은 것이 정석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은 능력 있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연상연하 커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능력있는 남자들은 이왕이면 젊고 예쁜 여자들이 좋다. 무라카미 류도 젊은 여성들이 전해 주는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좋다고 말한다. 더불어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특히나 못생긴 여성에 대한 저자의 글은 다소 많이 불편하다.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남녀 구분 없이 많다면 여성들이 자기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쏟는 시간보다 성형이나 기타의 다른 부수적인 일로 자신을 가꾸는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고 있는 현실은 변화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상대방을 열렬히 사랑하지 않아도 결혼하는 사람들이 있다. 뭔지 모르는 어릴 때 결혼하는 경우도 있고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해주니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 헌데 상대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결혼하는 여성의 심리에 대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거라고 한다. 더군다나 섭식장애와 같은 병에 걸린 여성은 그나마 정직한 여성이라고... 그냥 대충 결혼한 여성의 자식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납득하기 어렵다. 세상에는 열렬한 사랑도 있지만 은근한 마음을 갖고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서 찾아오는 사랑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립할 수 있는 사람만이 연애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 결혼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공감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무라카미 류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생각도 읽을 수 있지만 일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솔직 대담한 작가 무라카미 류... 그가 아니면 누가 이처럼 대담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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