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닥에 누워 있는 통통한 고양이의 모습이 귀엽다. 이런 고양이 한 마리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제목, 책표지가 인상적이고 사랑스럽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무레 요코의 작품이다. 이미 '카모메 식당'을 읽은 독자가 많기에 그녀의 작품이 가진 색깔을 어느 정도 짐작할 거라 생각한다. 음식과 사람을 통해 여성이 가진 상처, 아픔을 치유해 주는 이야기를 통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고 포근한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길고양이 타로와 함께 살고 있는 아키코... 그녀는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 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대놓고 이야기하기 불편한 출생에 얽힌 사연을 알기에 여자보다 남자가 많은 엄마의 식당 모습이 커가는 과정에서 늘 좋게 보이지 않았다.
세상의 많은 엄마들이 딸들이 자신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 아키코의 엄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출판사에 오랜 시간을 몸담았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난 시점과 예상치 못한 인상이동으로 인한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은 데다 지인의 한 마디가 계기가 되어 엄마가 운영한 식당과는 다른 느낌의 식당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
좋은 재료를 이용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고 싶은 아키코... 그녀는 성실하고 좋은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하며 자신만의 식당을 꾸러 나간다. 함께 일하는 여성이 발목을 삔 것을 계기로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아버지의 흔적을 살아보는데...
아키코는 관심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연히 돌아가신 어머니와 관련된 소식을 듣고 찾아와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도 있고 일부러 수소문을 해서 아키코와 그녀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도 있다. 보이지 않던 끈을 알게 되었기에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키코가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가 일하시던 절을 찾게 되고 그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의붓오빠와 가족을 만나게 된다.
마음이 심란하기에 길고양이 타로의 상태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아키코는 후회가 된다. 타로를 잃고 아키코의 힘든 마음을 의붓오빠가 있는 절을 찾아가 위로를 받고 마음을 추스른다. 이 과정에서 아키코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50을 넘긴 여자의 삶도 이처럼 멋진 느낌이구나 싶을 정도로 세련된 느낌의 책이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아키코... 누구나 사랑하는 존재가 사라진 후에 그 자리는 더 커 보인다. 아키코에게 타로의 자리가 그러하다. 바쁜 식당 일을 하면서 제대로 놀아주고 돌봐 줄 시간이 부족했던 아키코... 타로가 죽고 나서야 타로를 떠올리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자신의 곁에 타로가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타로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느낄 수 있다.
읽을수록 느낌이 좋은 책이다. 카모메 식당도 그렇지만 이 책 역시도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직까지 일드를 제대로 시청한 적은 없지만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보고 싶은 일드다. 책에서 받은 느낌을 일드를 보면서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고 TV이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시마, 아키코가 만들어 주는 샌드위치, 수프가 먹고 싶어 질 거 같다.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