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술래
김선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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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머리까락 보인다... 어린 시절 술래잡기를 하며 놀던 기억이 김선재 작가님의 '내 이름은 술래' 읽으며 잊고 지낸 시간이 떠올랐다. 

 

세상에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부녀 사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주인공 열 살 소녀 술래는 끔찍이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2년이란 시간을 걸으며 아버지가 계신 집으로 돌아온 술래.. 아버지가 불러주는 내 딸 술래야란 말을 너무나 듣고 싶었던 소녀다.

 

술래에게 어느 날 친구 한 명이 생긴다. 이름은 리영복... 다른 집 문 앞에 놓여 있는 짜장면 그릇을 쳐다보던 소년이다. 영복이 먹다 남은 짜장면에 젓가락이 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술래가 던진 말이 계기가 되어 둘은 친구가 된다. 

 

술래와 영복에게는 공통점이 두 가지나 있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학교에 다니지 않고 엄마가 없다는 사실.... 술래는 엄마가 누구인지 보고 싶다.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의 지갑에서 본 사진 한 장... 사진 속 인물이 누구기에 아버지의 지갑에 들어 있는지 술래는 궁금하다.

 

술래의 이야기와 함께 같은 동네 아파트 담벼락 사이에 살고 있는 박필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된다. 그는 자신이 오래전에 죽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전 참여한 전쟁의 기억이 너무나 뚜렷하기에 당시를 회상하고 상처를 안고 살고 있는 박필순 할아버지... 그는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항상 무덤과도 같이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는 집에 돌아오게 된다. 어느 날 자신의 마당에 광식이란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노인이 천연덕스럽게 똥을 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할아버지는 광식이란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

 

'내 이름은 술래'에 나오는 인물들은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자식의 이름을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게 짓고 싶었던 아버지가 생각해 낸 것이 술래란 이름이지만 정작 술래는 자신의 이름을 그리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아직은 어린 소녀다. 항상 예쁜 말을 해주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술래의 모습은 예쁘게 느껴지면서도 술래의 존재를 알기에 슬프고 안쓰럽다.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게 되는 술래... 주변인들의 도움과 아버지의 설명으로 그토록 찾고 싶었고,. 알고 싶었던 엄마에 대해 알게 된다. 더불어 잃어버린 2년의 기억이 가진 비밀이 무엇인지 모두 알게 되었지만 영복이 부르는 소리가 반갑고 아빠가 곁에 있어 술래는 행복하다.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나 아픔은 가지고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기억도 희미해진다고 한다. 안 좋은 추억은 잊혀지고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고 하는데... 책에 등장한 인물들은 그들이 가진 상처의 기억이 희석되지 못한 채 살아가기에 힘들다.

 

박필순 할아버지에게 특별한 물건 타지기... 할아버지는 광식, 술래, 영복의 이야기를 쓰면서 후회가 되는 지난 온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슬프면서 공허하고 쓸쓸한 느낌을 주는 '내 이름은 술래' 김선재 작가님의 책은 처음인데 술래란 이름이 가진 의미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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