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미술관 - 예술의 규범과 질서를 파괴한 70점의 작품 시그마북스 미술관 시리즈
엘레아 보슈롱 외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미술품에 대해 관심이 많다. 지금은 덜하지만 한동안 미술품을 감상하려고 정기적으로 미술관을 찾는 경우가 있었고 흔히 갈 수 없는 몇 번 한 적 없는 해외여행에서도 그 나라에서 손꼽히는 미술관은 될 수 있으면 꼭 가려고 노력한다.  미술품에 관심이 많아도 전문적인 설명을 듣지 않고 눈으로만 보는 작품들에서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도슨트'란 미술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이론적으로 도와주는 분들의 받지 않는 경우에는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스캔들 미술관'은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술작품들 중에서도 당시의 시대상황과 규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커다란 이슈가 되고 그로인해 곤란을 겪은 작품들 70점을 골라 그 작품들 속에 숨은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더군다나 스캔들이란 이름을 썼을 정도로 그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의 스페인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인 프란시스코 고야는 타고난 본성을 억제하며 궁중 화가로 활동한다. 허나 그는 당시 스페인 사회 모습의 부조리함을 풍자로 표현한 판화를 무려 80점이나 만들어낸다. 더군가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판매까지 했던 그지만 종교 재판 대상이 되면서 판화 판매 금액을 스페인 국왕에게 넘겨주며 신변 보호를 받았다니... 예술가로서 느끼는 열정,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접어두고 살아야 했던 고야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자신이 당한 강간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렸고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에르테미시아 젠텔러스키'는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를 그린다. 17세기에 여류화가로 살기도 힘들었을 텐데 아는 사람에 의해 강간을 당하고 자신이 당한 강간 사건을 입증하기 위해서 온갖 고문과 검사를 받아야 했던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녀의 복수가 그림으로 완성되었지만 남성우월주의 로마사회에서 곤란한 작품이기에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책에 소개된 작품은 여성의 아름다운 몸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당시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여성의 음모, 겨드랑이 털을 대담하게 담아낸 최초의 화가 중 한 명이다. 허나 그의 누드화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안 좋은 그림이란 평판을 받기에 충분했기에 결국 전시 도중 빠지고 만다. 엄청난 그림 값을 자랑하는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비뇽의 처녀들'은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사창가 여성들을 모델로 그려진 작품이다. 무려 700번의 예비 스케치를 했을 정도로 피카소가 정성은 쏟은 작품으로 그림이 가진 대담성이 주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작품이다. 아무리 불경기라고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명품 선호도는 세계 최고라고 한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란 이름으로 소개된 빔 델보이 작품 '몸에 문신을 한 박제된 돼지'는 대표적인 명품브랜드 루이비통의 마크가 돼지 등에 문신이 새겨진 작품이다. 일곱 마리의 돼지를 문신한 작품들이 전시되지만 동물애호가들의 항의로 받는다. 문신 과정에서의 논란이 정작 사람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보았을 때 반응이 너무나 다른 점을 이상하다고 꼬집는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사람의 두개골에 엄청난 물량의 다이아몬드를 쏟아 붓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영리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자신을 알리는데 주저함이 없는 그의 해골작품을 보며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실물로 본다면 다이아몬드 광채로 인해서 눈이 부실거란 생각은 든다.

 

어느 장르의 예술작품이든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엄청난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고 들었다. 책을 통해 보이는 작품들은 예술가들 자신의 생각을 작품에 쏟아 붓은 작품이 완성되어도 스캔들의 중심에 서게 되어 지탄을 받는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시대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아는 작품도 있지만 내가 모르는 미술 작품들 중에는 상당히 충격적인 작품들이 보인다. 지금이야 표현의 자유가 더 우선시 되고 많은 것이 용인되는 시대지만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예술가들의 작품의 외설, 종교 모욕, 금기 등을 표현해 냈다는 이유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용기와 열정에 새삼 놀라게 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