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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이별 영이별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이 년도 채 못 되는 짧은 부부의 연... 단종과 정순왕후는 전략적인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누구보다 애처롭고 슬픈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 어린 부부다.
'영영 이별 영이별'은 미실을 통해서 알게 된 김별아 작가님의 책이다. 이미 2005년에 발표된 작품이란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지만 책의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정순황후는 단종을 먼저 보낸 이후 예순다섯 해 동안 모든 것을 삭이며 숙부 세조에 의해 왕위를 넘겨주고 짧은 생을 마감한 단종을 가슴에 품고 산다. 낭군님의 억울한 죽음으로 죽는 것보다 못한 모진 삶을 이어가며 그들이 만들어낸 세상을 두 눈 똑똑히 지켜보는 것으로 복수를 대신했던 시간이 서럽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모진 목숨을 놓지 않았던 그녀.. 이제 단종을 만나러 갈 시간이 되었기에 정순왕후는 독백처럼 자신이 비참하지만 모질게 버티고 살아 온 시간들을 들려준다.
정순왕후는 자신이 지켜 본 왕들, 그들의 아내에 대해 말한다. 특히나 현왕인 11대 중종이 진성대군으로 있을 때 얻은 한 살 많은 신 씨와의 부부의 연... 혁명군에 끼지 않은 아버지로 인해 가문은 몰락하고 신씨는 아버지, 남편을 잃는다. 그들의 애달프고 슬픈 사랑은 한 편의 슬픈 멜로 영화라 말하고 싶을 정도다. 현명한 왕이 될 수도 있었을 똑똑한 연산군이 어머니로 인해 폭군이 되어버렸지만 외딴 섬에서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는 그가 그리워한 사람은 장녹수가 아닌 정처인 신씨였다.
정순왕후는 영월로 유배되는 단종과 서글픈 이별을 한 영미 다리 앞에 서 있다. 남편 단종을 잃고 예순다섯 해를 그녀는 죽음보다 못한 지옥을 겪으며 견디어 낸다. 너무나 보고 싶은 남편 단종... 이제 곧 그를 만날 터인데 그녀는 자신이 살아 온 시간을 돌이켜 볼 때 한 없이 지낸 시간이 없을 정도라 털어 놓는다. 그녀가 독백으로 자신의 인생을 풀어 놓는 이야기는 너무나 애처롭고 서글프다.
작년에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다. '관상'... 임금이 될 인물은 관상에 나와 있다는.... 권력에 대한 탐욕을 들어내어 스스로 왕이 되기 위해서 반정을 일으키는 세조와 이를 저지하려는 김종서의 맞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책에서도 김종서를 제거하지 않으면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없기에 세조의 치밀한 계획과 남편을 등을 토닥거리며 힘을 실어 준 정희왕후의 모습... 그녀가 두 아들을 먼저 궁에 보내고도 두 달 동안 사가에 머문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정순왕후의 눈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혼백이 되어 여든 두 해를 산 정순왕후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 단종,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과 세조 이후의 왕과 왕비, 그들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기는 하다. 이미 학교에서 배운 역사에 드라마나 사극에서 보았던 내용들이기에 크게 재미는 못 느끼고 읽었다. 하지만 조선의 역사를 짧게나마 여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