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어디로 갔나
서영은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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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꽃들은 어디로 갔나'의 저자 서영은 작가님도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지나 온 인생을 풀어내고 있는데 내용이 한 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25년을 차가운 이불 속을 혼자 지키며 살아 온 여인 호순... 그녀는 어머니의 소원대로 드디어 결혼식을 올린다. 그것도 아주 약소하게... 허나 이미 첫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장성한 자식이 다섯 명이나 있고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졌기에 두 번째 아내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호순과의 결혼식은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사실이 된다. 나중에 세간에 알려지기 그 유명세는 어떠했을지.... 실제로 존재한 일이기에 호순의 마음을 짐작만 할 뿐이다.

 

삼십 살이나 나이 많은 남자의 숨겨진 애인으로 삶을 시작한 호순... 다른 남자와 다르다는 생각에 그에게 몸을 허락하고 마음도 허락한 여자...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다. 세상의 눈을 통해 보았을 때 젊디젊은 20대의 생기발랄하고 유능한 저자가 아무리 중후한 매력이 풍기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껴도 그렇지 이미 부인을 두 명씩이나 보았던 남자에게 마음이 갔을지... 내 상식으로는 짐작이 되지 않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생각처럼 되지 않고 사랑이란 것도 마음먹은 것처럼 되지 않기에 그녀의 마음에 들어 선 사랑은 그녀를 평생 힘들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호순이 생활하던 곳에서 벗어나 남편과 전처가 살던 집으로 들어간 그녀는 자신이 겉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수시로 옛집을 찾게 되지만 이마저도 늙은 남편은 싫어 전세를 주고 만다. 온전히 남편 한 사람만을 보고 숨어 산 긴 세월의 보상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이어가는 호순의 모습이 애처롭고 안타깝게 느껴진 것은 같은 여자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김동리님에 대한 이미지는 이 책을 통해서 그리 좋지 않게 되었다. 호순이 단 한 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했던 일에 폭력을 휘두르며 살의까지 보인 분... 허나 호순이 오히려 그로인해 벗어날 수 없다는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여기에 금전적으로 인색하고 자신의 아끼는 물건을 따로 관리하는 여성을 두었을 정도로 물건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기까지 하는 그에게 같이 늙어간다는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나 같으면 힘들어 싫고 무서웠을 텐데.... 사람마다 이토록 차이가 있는 것인지...

 

'꽃들은 어디로 갔나'는 사랑에 대해 풀어 놓는 이야기다. 사랑에는 여러 빛깔이 존재한다. 김동리님과 저자 서영은 님과의 사랑은 무슨 색깔일지... 사랑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기에 색깔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그와 자신의 사랑에 의지해서 선택한 인생이 힘들지만 묵묵히 걸어 온 길의 무게가 이 책을 통해 느껴진다. 다소 격정적이고 감정적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차분하고 단정한 말로 여전히 남편에 대한 지치지 않는 애정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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