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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친구
엘렌 그레미용 지음, 장소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에 마니또란 것이 있었다. 친구도 모르게 위해주는 행동... 마니또란 말이 '비밀 친구'란 이태리어라 알고 있다. 마니또와 같은 뜻의 비밀 친구란 제목을 가진 프랑스 작가 엘렌 그레미용 '비밀 친구'를 보았다. 프랑스 문단에서 엄청난 평가를 받고 있는 비밀친구... 아마존 프랑스 1위를 연속 64주간을 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흡입력 강한 탄탄한 스토리와 반전의 반전을 넘어 선 쫄깃쫄깃한 재미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는 책이다.
까미유의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여러 통의 편지 중에서 발신인 표시가 없는 두툼한 장문의 편지... 누구에게 보내는 것인지도 모를 편지 형식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편지 내용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잘 못 온 편지라 인 줄 알았더니 연이어 편지가 계속해서 까미유에게 배달이 된다. 잘못 배달된 편지도 아니고 작가를 꿈꾸는 누군가의 소설도 아니다. 편지를 읽을수록 혹시 편지 속 주인이 자신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생년월일부터 틀리기에 애써 무시하고 읽으려고 해도 자꾸 마음이 동요한다.
장문의 편지는 루이란 남자가 보낸 것이다. 그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첫 눈에 반한 아이 안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두 살 터울의 안니에게 남다른 마음을 가진 루이는 그녀와의 짧지만 둘 만이 생전 처음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과 행동을 만들어 간다. 헌데 두 사람의 관계를 비집고 들어 온 부유한 젊은 여인 엘리자베스의 등장... 안니는 본인은 물론이고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루이, 엘리자베스.. 일명 M. 부인, 그리고 그녀의 남편의 복잡한 관계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상대에 대한 호감에서 호의를 베풀고, 상대는 그에 대한 보답 비슷한 감정으로 섣부른 말을 내뱉는다. 그로인해 시대상으로 복잡한 상황에 놓인 한 여인은 고민에 빠지고 결국 받아들인다. 받아들였지만 되돌리고 싶은 마음... 그러면서도 밀고 나가고 싶은 복잡한 감정... 안니와 남편을 둘러 싼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 결국 이기적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매몰찬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완전히 선한 인간도, 완전히 악한 인간도 없다고 한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선과 악이 있는데 어느 쪽에 더 가깝게 있는가가 문제다. M. 부인은 분명 까미유를 키우면서 수시로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불안 했고 미안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편을 옆에 두고 싶고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 안니 역시 어리기에 순수하고 고마움에 뱉은 말로 인해 그녀 역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마음을 제대로 보일 수 없는... 안니를 사랑하는 루이는 M. 부인과 다른 커다란 상실감과 절망에 빠져 들었을 것이다. 안니를 잃고서 그의 인생은 완벽하지 못하기에... 그녀가 없는 삶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그녀의 죽음은 그를 절망하게 만들고 그가 종교에 몸담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책에 나온 사람들은 전쟁이란 상황과 별개로 나름의 고통, 아픔, 절망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 남자와 상관없이 임신한 까미유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책을 읽고나면 저자 엘렌 그레미용을 왜 기욤 뮈소를 위협하는 신인 작가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영화의 열성 팬이라고 밝힌 엘렌 그레미용의 '비밀 친구'가 뤽 베송 감독에 의해 영화화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스토리가 좋은데다 세계적인 감독이 만드는 영화라 기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