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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강도 ㅣ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2월
평점 :
한두 명의 뛰어난 경찰관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87분서 내에 근무하는 모든 경찰관이 주인공인 소설... 경찰 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노상강도'... 첫 번째 이야기 '경찰 혐오자'를 읽지는 못했지만 조각맞추기, 살의의 쐐기를 읽었기에 87분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분위기는 대충 알고 있다.
세상에 자신보다 힘이 부족한 사람을 상대로 한 범죄는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상강도'는 캐서린 엘리오란 여성이 87분서를 찾아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한 진술을 털어 놓으며 시작한다. 지갑을 뺏고 때리면서 유유히 사라지면서 피의자에게 "클리퍼드가 감사를 전합니다. 마담"이라는 이야기를 남긴다. 처음 사건을 접한 87분서 경찰은 피의자 엘리오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허나 또 다른 여성이 같은 방식으로 강도에게 피해를 입는다. 범인은 누구이며 하루빨리 잡고자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지만 진범에 대한 단서가 나타나지 않는다.
스토리는 두 개로 나누어져 진행된다고 보아도 된다. 여성들을 상대로 강도짓을 벌이는 범인 찾기와 버트 클링이란 형사를 둘러 싼 이야기다. 옛 친구 피터 벨이 자신의 집을 방문해 주기를 원한다. 버트는 피터의 집을 찾아 그의 아내와 열일곱 살이란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너무나 아름다운 처제 지니 페이지를 만나게 된다. 지니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한다. 헌데 지니 페이지가 두개골이 깨지는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를 당한다. 범인으로는 여성들을 상대로 강도짓을 벌이는 클리퍼드란 인물이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피터의 아내 벨이 찾아와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기를 부탁한다. 지니를 임신시킨 남자친구의 찾기 위해 템플 클럽을 찾게 되고 여기서 한 여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피터는 사건의 진실을 엉뚱한 곳에서 발견하지만 그는 미처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직접 똑같은 행동을 하고서 보게 된 증거물..
경찰들이 범인을 잡고자 스스로 범인이 접근하기 쉽게 위장을 한다. 여성만을 노리는 클리퍼드를 잡기 위해 87분서 소속의 여형사 역시 피해자들과 같은 방식을 처했다가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진실이란 언제나 추악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너무나 선한 얼굴로 생활하고 있는 범인... 지니를 마음으로 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의 죽음은 그녀 스스로 만들어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뛰어난 재미를 갖추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경찰관도 사람이고 각각의 인물들은 다 주인공이란 느낌이 들게 87분서를 둘러싼 소소한 이야기들이 사실감 있게 전개된다. 몇 몇 경찰 캐릭터들은 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 질 정도로 강하다. 클리퍼드를 잡기 위해 기꺼이 위험한 일에 참여하는 아일린 버크 형사나 매사에 참을성 많고 침착한 마이어 마이어 형사, 적은 키의 활달한 핼 윌리스 형사 등등 개성 강한 인물들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87분서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지 못했지만 주인공이 다르기에 책을 읽는데 무리가 없다. 순간순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은 없어도 캐릭터 각각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아기자기하니 재밌다. 내가 읽은 87분서 시리즈 두 권은 빼고 경찰 혐오자부터 순서대로 읽어 볼 생각이다.